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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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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 양분 훔쳐먹고 사는 ‘식물세계의 흡혈귀’
기생식물 (Parasitic Plants)
《이번 호에서는 토플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인 기생식물에 대해 살펴보자. ‘식물’ 하면 ‘햇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해서 영양분을 얻는 생물’이라는 정의부터 떠오른다. 그러나 모든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것은 아니다.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일부 식물은 마치 거머리나 흡혈귀처럼 다른 식물에 기생해서 영양분을 얻으며 살아간다. 》
기생식물(parasitic plant)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절반기생식물(Hemiparasites)’이고, 다른 하나는 ‘완전기생식물(Holoparasites)’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흡수근(haustoria)을 통해 숙주(host)에 침입한다는 것이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절반기생식물의 경우 수분(water)과 광물(minerals)만 숙주(host)로부터 섭취하고 탄수화물(carbohydrates)은 직접 광합성을 통해 섭취하는 반면에 완전기생식물은 모든 영양분(nutrients)을 숙주로부터 얻는다는 것이다.
흡수근이 침투하는 위치도 다르다. 절반기생식물은 물을 운반하는 목질부(xylem)에 침투하는 반면에 완전기생식물은 영양분을 나르는 체관부(phloem)에 침투한다. 숙주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절반기생식물은 보통 숙주의 성장을 억제하는 정도로만 영향을 미치지만, 완전기생식물은 숙주를 말려 죽이는 정도에까지 이른다.
토플 시험에서 자주 접하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거대한 기생식물인 ‘라플레시아(Rafflesia·사진)’다. 비록 식물계에 속하기는 하나 엽록소(chlorophyll)가 없어 광합성(photosynthesis)을 못하는 이 식물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식물은 1818년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에서 한 가이드가 탐험대를 안내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 라플레시아라는 이름도 탐험대 대장(Sir Thomas Stamford Raffles)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대략 27종류가 존재하는데 모두 말레이 반도, 보르네오, 수마트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발견됐다.
다른 기생식물은 정상적인 식물처럼 보이는 데 반해 이 식물은 독특한 외양을 자랑한다. 줄기도, 잎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뿌리도 없다. 넝쿨(vine) 기생식물인 라플레시아는 실 가닥처럼 생긴 흡수근을 기생하는 넝쿨의 조직 속에 뻗어 영양분과 수분을 얻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숙주를 죽이지는 않는다.
밖에서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은 숙주인 넝쿨 밖에 피어있는 5개의 잎으로 이루어진 적갈색의 꽃뿐이다. 어떤 종의 경우에는 꽃의 직경이 100cm를 넘고 무게는 10kg에 달하기도 한다. 가장 작은 종이라도 꽃의 지름이 20cm에 이른다.
꽃에서 마치 시체 썩는 듯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지역 사람들은 ‘시체 꽃(corpse flower)’ 또는 ‘고기 꽃(meat flower)’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꽃이 내뿜는 고약한 냄새는 파리(carrion flies)를 불러들인다. 파리가 수컷의 꽃가루(pollen)를 암컷에게로 옮겨 수분(pollination)이 이뤄진다.
씨앗(seeds)이 어떻게 퍼지는지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그러나 나무두더지(tree shrews)나 다른 숲 속의 포유류(mammals)들이 열매를 섭취하는 과정을 통해 씨앗이 퍼지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라플레시아는 말레이시아의 사바(Sabah)와 태국의 수라타니 주(Surat Thani Province)를 대표하는 꽃이다.
장보숙 영재사관학원 예스영어사관 평촌본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