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학장님은 카풀 운전기사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6시 24분


백석문화대 고영민 학장 학생들 태워… 다른 교수도 동참

“수업시간이 임박했는데 조금 빨리 운전해 주시면 안 돼요?”

19일 오전 8시 40분 충남 천안시 두정동 두정역 앞. 전철에서 내려 길가의 승용차에 올라 탄 백석문화대 중국어학부 장주영(19·1년) 씨는 운전자에게 독촉을 했다. 장 씨의 ‘명령’을 받은 운전자는 속도를 올렸다.

이 운전자는 바로 이 대학 고영민 학장. 대학생이 고 학장의 승용차를 이용해 등교하는 것은 이날뿐이 아니다.

고 학장은 올해 3월 부임할 때부터 직접 카풀에 나섰다. 재학생의 70% 이상이 수도권에서 통학하는 학생으로 두정역에서 학교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하는데 가끔 지각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

고 학장의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교수와 교직원도 카풀에 나섰다. 이 때문에 매일 오전 7시 40분부터 9시까지 두정역 앞 도로변은 20∼30대의 카풀 차량이 줄을 서고 이를 타려는 학생들로 진풍경이 연출된다.

고 학장은 아침을 거르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요구르트와 우유, 빵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는 “몰래 시작하긴 했지만 결국 이렇게 소문날 줄 알았다”며 겸연쩍어하면서 “학생들에게 먼저 봉사하면 학생들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