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분당 달구는 리모델링 열기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2시 59분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도 경기 성남시 분당지역의 아파트 리모델링을 둘러싼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991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분당신도시 전경. 사진 제공 성남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도 경기 성남시 분당지역의 아파트 리모델링을 둘러싼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991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분당신도시 전경. 사진 제공 성남시
“부동산 한파 속 재건축보다 나은 대안”

지은지 15년 된 아파트단지들 잇단 추진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교회.

이곳에선 한 아파트가 주최한 리모델링 사업설명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유명 건설사 6곳이 참여한 대규모 설명회.

비까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400명 가까운 참석자들은 3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한 30대 참석자는 “지은 지 15년이 다 되면서 녹물이 나오고 주차장도 부족해 불편한 점이 많다”며 “불확실한 재건축보다 크기도 늘릴 수 있는 리모델링이 나을 것 같아 참석했다”고 말했다.

○ 대규모 사업설명회 ‘후끈’

부동산 시장 침체는 점점 심화되고 있지만 분당신도시 사정은 다르다. 2, 3년 전부터 일부 아파트에서 거론된 리모델링 사업이 최근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분당구 서현동 그린타운 아파트는 최근 리모델링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건설사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 아파트는 1774가구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로 입주 15년 차인 내년 하반기에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앞서 분당구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는 지난달 중순 분당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다. 1156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최근 시공사를 선정하고 설계기본안을 확정했다.

이 아파트에는 분당뿐 아니라 다른 신도시 아파트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분당리모델링추진위원장협의회 유동규 회장은 “아파트가 남아돌고 건설업체들이 부도가 나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은 모두에게 유리한 대안”이라며 “정부가 법과 제도를 정비해 리모델링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긍정적, 부정적 전망 엇갈려

분당지역 아파트들이 리모델링을 하려는 이유는 불편한 생활공간을 바꾸기 위해서다.

1991년 시범단지를 시작으로 입주가 시작된 분당 아파트들은 15년 안팎에 이르면서 상수도와 난방 배관에 녹이 슬거나 지하주차장에 물이 새는 등 각종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일산, 평촌 등 다른 신도시에 비해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고 집값도 높아 리모델링에 따른 부담이 덜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 아파트의 가치가 충분히 높아야 리모델링 추진이 수월하다”며 “그런 면에서 분당은 다른 신도시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분당지역 리모델링 열기의 원인 중 하나로 ‘분당 괴담(怪談)’을 꼽는 의견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당 아파트를 지을 때 바닷모래를 써서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실제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런 이미지를 없애려는 것이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대규모 아파트가 집중된 신도시는 리모델링이 적합하다”며 “하지만 사업성이 결국 관건인데 여러 전례로 볼 때 재건축만큼 수익을 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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