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4주후 뵙겠습니다” 신구씨 명예조정위원 위촉
서울가정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최근 이혼 재판 중인 부부에게서 화해의 가능성을 엿봤다. 곧 조정위원들과 상의에 들어갔고 다음 기일에 부부에게 각자 연애 시절 일기장과 편지를 가져와 읽어 주도록 했다.
또 다른 재판부는 상호 폭행으로 이혼 맞소송을 낸 부부에게 바로 이혼하는 대신 얼마 동안 별거를 하라고 조정안을 냈다. 지난해 신설된 면접교섭실을 이용해 별거 중인 부부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불러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두 사례 모두 조정제도를 활용해 ‘홧김 이혼’을 막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서울가정법원 1심 가사소송 사건 중 조정이나 화해로 종결된 사건의 비율은 2003년 27.9%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31.2%를 나타냈다. 올해에는 9월 말까지 처리된 가사사건 1만2228건 중 역대 최고치인 34.7%(4250건)가 조정 화해로 마무리됐다. 애초부터 조정이 불가능한 공시송달에 의한 이혼사건 등을 빼면 실제 조정 화해율은 훨씬 높아진다.
반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었던 이혼 건수는 2003년(17만2822건) 정점에 이른 뒤 매년 꾸준히 줄어 지난해에는 12만4225건으로 집계됐다. 4년 사이 28.1%나 감소한 수치다.
올해 6월 22일부터 개정 민법이 시행되면서 협의 이혼이 까다로워짐에 따라 이혼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개정 민법은 상담권고제와 이혼숙려제도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A 씨 부부가 협의 이혼을 신청하면 법원은 이혼 절차를 안내하면서 필요에 따라 전문상담인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상담 후에는 아이가 있으면 3개월, 없으면 1개월간 의무적으로 깊이 생각(숙려)할 시간을 준다.
그래도 이혼을 하겠다고 하면 법원은 친권뿐만 아니라 양육비, 양육 방법, 자녀를 만날 계획 등에 관해 합의할 것을 요구한다.
실제로 이러한 제도 도입 후 올해 7, 8월 서울가정법원에는 협의 이혼 신청건수가 1199건으로 줄었다. 2006, 2007년의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 14%가량 줄어든 수치다.
법원은 이혼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정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서울가정법원은 국내 TV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서 9년째 가사소송 조정장(판사) 역할을 맡고 있는 탤런트 신구 씨를 명예조정위원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유행어로 ‘이혼 숙려 기간’을 알기 쉽게 전파한 신 씨를 통해 조정제도를 널리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