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무혐의 기대 했는데…” 서울시의회 충격

  • 입력 2008년 9월 5일 19시 30분


서울시의회는 6월 후반기 의장 선거를 앞두고 김귀환(59) 당시 의장 후보로부터 '돈 봉투'를 받았던 소속 의원들이 5일 무더기로 기소되자 큰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돈을 뿌린 혐의로 이미 구속 기소된 김 의장을 포함해 전체 의원 106명 가운데 27.4%에 해당하는 29명이 금품수수 사건으로 한꺼번에 기소된 것은 지방의회가 부활된 1991년 이후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만약 법원이 이들 모두에게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할 때에는 서울시 의회 의석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가 교체되는 대규모 보궐선거가 실시될 수도 있다.

검찰이 기소 대상을 최소화할 것으로 내심 기대했던 서울시 의회는 이날 무더기 기소 사실이 알려지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박병구 한나라당협의회 대표의원은 "당황스럽다. 억울한 의원도 있는데 정상 참작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의회 관계자도 "죄질이 무거운 의원 외에는 무혐의 처리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의외다"며 "서울시의 예산과 투명성을 감시하는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할 도덕성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반면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패해 현재 의석이 5석에 불과한 민주당 측은 "당연한 조치"라는 논평을 내놨다.

검찰은 금품 선거 사범에 대한 엄단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 선거 사범을 엄벌해 왔던 기존 선거 사범의 처리 원칙을 그대로 따랐다"면서 "김 의장이 돈봉투를 뿌린 것은 선거 문화를 흐린 것이고, 이런 선거 문화를 바로잡아야겠다는 검찰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검찰은 김 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30명의 의원 가운데 국회의원 및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2명을 제외한 28명을 모두 기소했다.

이날 기소된 서울시의원 28명은 앞으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의원직 유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공직선거법은 벌금 100만 원, 뇌물죄는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한편 검찰의 기소와는 별개로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등이 참여하고 있는 주민소환추진국민모임은 김 의장과 김 의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시의원 30명에 대한 주민소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달 초 뇌물수수 서울시의원 주민소환 추진을 위한 1차 연석회의를 열었던 국민모임은 18일 2차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행동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해당 지역 주민의 20%의 서명을 받으면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된다. 주민 3분의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과반수가 찬성하면 시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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