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학교로 ‘물질’하러 오세요”

  • 입력 2008년 6월 24일 06시 29분


제주시 한림읍 한수풀해녀학교 입학생들이 해녀의 지도를 받으며 잠수법, 도구 사용법 등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시 한림읍 한수풀해녀학교 입학생들이 해녀의 지도를 받으며 잠수법, 도구 사용법 등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시 한림읍 주민자치위원회가 지난달 문을 연 ‘한수풀해녀학교’에 30, 40대 34명이 입학해 해녀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해녀학교는 바다와 싸워 가며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 온 제주해녀들의 개척정신과 삶의 지혜를 계승하기 위해 설립한 해녀 양성 과정.

해녀학교에서는 4개월 동안 매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해녀 도구의 사용법 및 잠수법, 호흡법, 수영법을 가르친다. 이론교육 후에는 소라와 전복을 직접 채취하는 실습이 이어진다.

경기도에서 온 이한영(34) 씨, 해녀인 시어머니의 뒤를 잇기로 결심한 필리핀 이주여성 델리아 지파라나소(33) 씨도 꼬박꼬박 출석해 ‘물질’(잠수작업을 뜻하는 제주어)을 배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해녀학교 교장은 임명호 귀덕2리 어촌계장이 맡았고 이 마을 해녀회장을 비롯한 해녀들은 3, 4명씩 조를 이뤄 보조 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제주도는 한수풀해녀학교 과정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받은 수강자가 해녀가 되기를 원하면 지역 어촌계에 등록해 해녀로 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임 교장은 “제주 해녀들이 점점 고령화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가고 있어 젊은 세대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녀학교를 개설했다”며 “학생들 열정이 높아 졸업한 뒤 진짜 해녀가 될 분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해녀는 1970년대 1만4000여 명, 1980년대 7800여 명, 1990년대 6470여 명, 2006년 5406명 등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70대 이상이 34.5%, 60대 37.9%로 60, 70대 해녀가 전체 해녀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50대는 17.6%, 40대 8.8%, 30대는 0.9%에 불과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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