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운송 안해도 잃을 것 없다”

  • 입력 2008년 6월 13일 02시 58분


줄줄이 멈춘 화물차화물연대 전남지부가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간 12일 전남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에 운행을 멈춘 화물차 수백 대가 도로에 길게 늘어서 있다. 광양=박영철 기자
줄줄이 멈춘 화물차
화물연대 전남지부가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간 12일 전남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에 운행을 멈춘 화물차 수백 대가 도로에 길게 늘어서 있다. 광양=박영철 기자
■ 쟁점과 파장

고속도로와 항만을 중심으로 화물 운송이 중단돼 물류 활동이 위기를 맞았다. 고유가와 고원자재가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에 치명타를 가한다는 얘기다.

정부와 화주(貨主)단체는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집단 운송 거부 하루 전인 12일 밤까지 화물연대와 막판 협상을 벌였다.

▽쟁점=화물연대는 운송료 최소 30% 인상, 표준요율제 시행, 경유 보조금 지급 등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화주 및 제조업체가 협상할 문제라며 개입을 꺼렸다. 하지만 운송 거부가 현실로 다가오자 운송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양측 의견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일지
시기기간손실액
2003년 5월 2∼15일14일약 6500억 원
2003년 8월 21일∼9월 6일17일부산∼인천∼경인항 물동량 30∼60%로 감소
2006년 12월 2∼6일5일부산∼인천∼광양항 물동량 50∼70%로 감소

화물연대 관계자는 “서울∼부산 왕복 컨테이너 운임이 80만 원 선인데 경유 값이 60만 원에 이르러 고속도로 통행료 등 다른 경비를 빼고 나면 흑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화물을 실어 나르면 나를수록 손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운송료 지침인 표준요율제는 화물운송업계의 최저임금제로 볼 수 있다. 화물연대는 내년 7월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2003, 2006년 파업 때도 거론된 내용.

국토해양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화주들은 임금이 아니라 개별 상품인 운송료에 적정 가격을 매기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반발한다.

경유가 급등에 따른 보조금 지급도 논란이다. 정부는 7월부터 경유 값이 L당 1800원을 넘을 경우 인상분의 50%를 보조해 주기로 결정했다.

화물연대는 보조금 기준 가격을 L당 1500원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재정상 곤란하다고 밝혔다.

세 가지 요구를 정부와 화주가 당장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쟁점인 운송료 인상에 대해 정부와 화주 측이 공감대를 만들고 있다.

화주들도 운송료를 어느 정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인상 시기와 폭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화물차주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노동3권의 하나인 단체행동(파업)이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화물운송사업 허가 차량은 모두 37만 대. 이 가운데 화물연대 소속은 1만2000여 대로 전체의 3.2%다.

집단 운송 거부가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5t 이상 대형 차량의 상당수가 화물연대 소속이기 때문.

수출입 물동량의 20%가 화물연대 차량에 달려 있어 운송 거부 파급 효과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는 운송 거부와 방해로 하루 평균 1300억 원 이상의 물류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파업이 길어지면 수출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화물연대의 주축인 컨테이너 트럭과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는 자동차와 철강 등 주요 수출품 운송을 담당한다.

일반 사업장은 ‘무노동 무임금’에 부담을 느끼지만 화물연대는 지금 운송을 거부해도 잃을 것이 없다고 말한다. 고유가로 핸들을 잡을수록 손해를 보니까 물러설 이유가 없다는 주장.

운송 거부 때마다 비조합원을 방해한 점도 문제. 화물연대는 지금까지 운송 거부를 세 번 하면서 항만과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다른 차량을 막아 물류 흐름을 중단시켰다.

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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