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반대’에서 ‘정부 반대’로

  • 입력 2008년 6월 2일 20시 52분


2일로 서울 도심에 1만 개의 촛불이 밝혀진 지 꼭 한 달째.

'촛불문화제'로 불렸던 집회는 이제 '촛불시위'로 불릴 정도로 한 달 새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고시철회"→"反정부"=초기 촛불집회의 구호는 '쇠고기 아웃'이었지만 이제는 '이명박 아웃' 구호가 전면에 등장했다.

시위대는 '고시철회, 협상 무효' 대신 '독재 타도, 이명박 퇴진'을 외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대운하 반대, 민영화 추친 반대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전반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거리로 나선 시위대가 집요하게 청와대행을 고집하는 것도 반정부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집회가 한 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책을 내놓지 않자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임이 깊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대 학생→시민 주축=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자녀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장, 30~40대 넥타이 부대, 실버 부대 등 시위대의 면면도 다양해졌다. 일반 시민이 시위의 주축이 된 것.

최대 규모로 기록된 지난 달 31일 열린 집회에서도 참가자 4만여 명 가운데 일반 시민과 대학생이 3만4000여 명이나 됐다.

당초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10대는 2500명에 그쳤다.

초기 집회에서 10대 교복 부대는 참가자의 70%를 육박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일선 학교를 통해 학생의 집회 참석을 단속하면서 10대는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정부 정책에 실망한 시민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 중에서도 20~30대가 새로운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시위 양상도 가열됐다.

경찰에 따르면 도로점거가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2일 오전까지 연행된 시위자는 모두 545명으로 이 중 20~30대가 80%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촛불집회에 20~30대 참여가 대거 늘면서 거리시위가 시작됐다. 가두행진 외에 도로 연좌시위나 삭발시위 등 기존 과격 시위의 행태도 답습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계광장→서울광장=집회 장소도 청계광장에서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바뀌었다. 미국산 쇠고기 장관 고시가 발표된 지난 달 29일이 기점이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청계광장 면적은 991㎡ 정도로 최대 수용 인원이 3000명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광장은 1만3206㎡로 최대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집회를 주최해 온 국민대책회의 측은 정부고시가 발표되자 더 많은 시민의 집회 참여를 유도하며 서울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실제로 집회 장소가 바뀌면서 시위대 규모도 크게 늘었다.

청계광장 일대에 최대 1만여 명에 몰렸던 데 비해 서울광장에는 적게는 2만 명에서 많게는 4만 명의 시위대가 몰리고 있다.

강혜승기자 fineday@donga.com

신진우 기자nice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