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정당성 있는 집회, 합법성 없다면?

  • 입력 2008년 6월 2일 02시 57분


민주주의, 시민의 참여 못잖게 중요한 절차

생각의 시작

우리의 삶은 민주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실제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활’과 ‘정치’를 분리시켜 생각한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우리 삶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생활 속의 정치’로 떠오른 ‘촛불문화제’는 성숙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시민들의 참여로 평가할 수 있다. 중고교 학생의 참여는 ‘생활’과 ‘정치’를 일체화시키는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 정치 참여의 합법성과 정당성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뒤집어 보자

민주 정치는 시민 스스로가 다스리는 동시에 다스림을 받는다는 원리에 입각한 것으로, 시민 각자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지는 정치이다. 그러므로 시민의 정치 참여는 민주 정치의 전제 조건이며, 이러한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도 마련되어야 한다. 정치 참여는 정치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행동으로, 선거를 통해 공직자를 선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즉 시민은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며 정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만일 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여 자신의 의사 표시를 포기한다면 민주 정치는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 민주 정치의 본질은 국민 자치에 있으며 시민 다수의 지혜를 모을 때 권위주의적이고 독선적인 정부의 출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정치’ 교과서·천재교육]

위 글은 정치 참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이다. 민주주의는 절차적 제도의 도입만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며, 시민의 참여와 비판을 통해 권력의 남용과 집중화를 견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시민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각종 제도나 정책이 시민이 아닌 관료나 전문 정치인에 의해 결정된다면 민주주의는 형식적 구호로만 그치게 된다. 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한 정책 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다. 또한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참여하지 않는 것은 권위주의 독재 정권의 출현을 막는 제어장치를 스스로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민들의 정치 참여 부족은 사회 안정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 번 더 뒤집어 보자

현대 사회에서는 각 분야의 정책 및 제도 수립에 전문가만 관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비전문가가 정치에 관여하게 되면 행정적인 차질을 가져오기 쉽고, 장기적인 계획을 펼쳐나가는 데도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해관계를 둘러싼 여러 이익집단이나 단체들의 집단행동은 사회 전체에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러한 중우(衆愚) 정치의 문제점 때문에 정치는 ‘정치적으로 유능한 소수’가 담당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정당성’ 있는 정치 참여라도 ‘합법성’이 결여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치적 색채를 지닌 촛불문화제를 불법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그 예이다. 물론 촛불문화제 참여자는 정당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참여에 대한 열정만으로 법과 제도적인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정당성과 합법성이 충돌해 참여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

정당성과 합법성 중 무엇을 중시하는가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수 있지만 합법적인 방법에 의한 참여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다. 합법성만을 강조할 경우 국민의 법 감정이 악화될 수 있다. 정당성만 강조할 경우에는 법질서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자칫 다수에 의한 폭도 정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현명하게 절충하여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이다.

강태홍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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