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호반의 이웃사촌 ‘이름 싸움’

  • 입력 2008년 4월 23일 05시 42분


충주시 “충주호를 지키자” vs 제천시 “청풍호로 바꾸자”

충북 충주시와 제천시가 ‘충주호’의 개명 문제로 들끓고 있다.

현재 공식 이름은 충주호이지만 제천 쪽은 ‘청풍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충주는 “절대 불가”라며 맞서고 있다.

급기야 제천지역 시민단체가 23일 제천을 출발해 충주를 거쳐 청주시(충북도청 소재지)까지 ‘청풍호 이름 찾기 자전거 행진’을 하기로 하자 충주시민단체연합회가 “충주를 지날 경우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자칫 폭력사태로 비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청풍호’ 이름 찾아 명예회복”=지난해 9월 제천지역 사회단체로 구성된 ‘청풍호 이름 찾기 범시민 제천 운동본부 추진단’은 23일 ‘청풍호 개명’ 자전거 행진에 나설 계획이다. 200여 명이 오전 7시 반 제천을 출발해 오후 4시경 청주에 도착한 뒤 ‘청풍호를 찾아주세요’라는 리본이 달린 장미꽃을 청주시민들에게 나눠주며 개명의 당위성을 알릴 예정이다.

장한성 추진단장은 “자전거 행진은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청풍호 개명의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행사”라며 “충주시민들을 자극하거나 대립각을 세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제천의 충주호 개명운동은 10여 년 전에 시작됐다. 충주호 담수면적(67.5km²)의 64%와 전체 길이(53km)의 57%, 그리고 수몰 인구의 절반가량(1만8000여 명)을 제천이 차지하고 있는데 충주호로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또 과거 청풍면 일대 남한강을 ‘청풍강’으로 불렀던 만큼 청풍호로 부르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998년 4월 충북도에 ‘충주호 명칭 변경 신청안’을 냈지만 부결 처리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명칭 문제는 관광객이 늘면서 다시 부각됐다. 충주호라는 이름 때문에 제천을 다녀간 관광객들이 충주를 다녀간 것으로 오인한다는 것.

민경환(제천 제2선거구) 충북도의원은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외지 관광객들이 명칭 때문에 충주만 연상한다”며 “제천시민들은 이름을 되찾아 청풍호반의 아름다움을 전국에 알리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지역갈등 부추기는 개명운동 중단을”=충주시는 “1968년 댐 타당성 조사 때부터 ‘충주댐과 호수이용계획’으로 불렸으며 충주댐이 완공된 이듬해 제작된 ‘국가기본도’에도 충주호로 표시됐다”며 “수십 년 동안 사용한 명칭을 왜 바꾸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개명 불가를 못 박고 있다.

또 1998년에 이어 2002년과 지난해에도 청풍호로의 개명 움직임이 있었지만 명칭 변경에 따른 혼란과 조례 위반 등의 이유로 모두 무산된 사실을 거론하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언구(충주 제1선거구) 충북도의원은 “다른 지역 담수호 이름도 댐이 위치해 있는 지역명을 사용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제천지역 내에서 자꾸 개명을 거론하는 것은 지역 간 불화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지역시민단체연합회도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천시가 개명운동을 추진하는 것은 충주시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양 지역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정종수 충주연합회장은 “제천에서 충주 쪽으로 자전거 행진을 강행한다면 충주시민을 우습게 보는 것으로 판단하고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충주시 정영창 시정담당은 “제천 측의 개명운동에 적극 대응하기보다는 충주호 사랑 조형물 설치와 충주호 사랑 시민운동을 펼치는 등 차분하게 우리 지역의 방침을 타 시군에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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