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사직은 안할거래”… 설문 13명중 “사직” 1명뿐
《교수 신분을 유지한 채 18대 총선에 나섰던 ‘폴리페서(정치교수)’ 2명 중 1명이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당선자 대부분은 국회 진출 후에도 교수직을 떠날 뜻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자등록정보를 통해 확인한 결과 총선에 출마한 교수 출신 후보자는 42명. 이 중 19명이 당선돼 45%의 당선율을 보였다. 총선 전체 경쟁률이 4.6 대 1이었음을 감안하면 교수 출신의 ‘여의도 입성’ 성공률이 전체 경쟁률보다 높았다. 당선자 중 연락이 닿은 13명에게 교수직을 사직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으나 1명을 제외하고는 사직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 교수 출신에 대한 시선 달라져
지역구에 출마한 교수 출신 후보는 26명 중 12명이, 비례대표에 출마한 16명 가운데 7명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최진우 교수는 “인재풀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교수 출신 후보는 참신성과 전문성에서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돼 선거에서 경쟁력을 더 갖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A 교수는 지원유세에서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소개했다가 유권자로부터 “혹시 폴리페서 아니세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A 교수는 “교수 출신이라면 무조건 환영하던 예전과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며 “이 사람이 정치 철새인지, 정말 참신한 전문 인재인지 확인하려 드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육아휴직계를 내고 학교 측의 동의 없이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김연수 교수는 “유권자들이 폴리페서 문제를 많이 알고 계시더라”며 “폴리페서 논쟁이 선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많은 분이 알고 있듯이 폴리페서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며 “맡고 있던 수업까지 팽개친 채 출마한 일부 교수와 전문 지식을 정책에 접목하려는 교수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김형준 교수는 “지난해 동아일보가 최초로 폴리페서 문제를 공론화한 이후 폴리페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며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시각이 냉정해졌다”고 말했다.
○“사직? 글쎄요…”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충청권에서 당선된 B 교수는 “학교 측에서 굳이 사표를 낼 필요가 없다고 해 휴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선자들 역시 “학교 측과 상의한 뒤 결정할 것”(비례대표로 당선된 국립대 C 교수), “출마할 때부터 휴직했고, 휴직 상태를 유지할 것”(서울 지역구에서 당선된 D 교수)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치를 시작한 뒤로 11년째 휴직 중인 중앙대 교수 출신의 김효석 의원 측만이 “선거 전부터 밝힌 대로 (학교에) 사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대 사범대는 10일 교수 한 명을 새로 뽑기로 결정했다. 장기 휴직 중인 이군현(17대 의원) 교수가 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이일용 사범대 학장은 “(사직 여부는) 이 교수에게 맡길 문제지만, 그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교수 한 명을 뽑을 계획”이라며 “교수 출신 의원의 휴·복직 문제는 고등교육법에서 법적으로 제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을에서 당선된 인천대 경제학과 조전혁 교수는 “휴직에 휴직을 거듭하는 교수들에게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라며 “이번 국회에서 재선 이상 교수들은 교수와 국회의원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는 초빙 또는 겸임 등 비전임 교수 45명이 출마해 10명이 당선됐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