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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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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는 박사 학위와 고급 자격증이 길드 구실을 한다. 자격증과 학위는 진입장벽을 만들어 전문직업의 이익을 보호한다. 학위나 자격증이 없으면 교수자리나 전문 직업을 얻지 못한다. 동시에 학위와 자격증은 품질보증의 역할을 한다. ‘○○대학 박사’라는 꼬리표는 학식에 대한 믿음을 주며, 자격증은 국가가 나서서 실력을 증명해 주는 문서인 셈이다.
최연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주목받던 신정아 교수가 ‘가짜 학위’를 가졌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가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그가 받았다던 예일대 박사 학위가 가짜란다. 학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소속 대학과 비엔날레 측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가짜 박사가 활동해도 10년이 넘도록 몰랐던 미술계를 탓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숨을 고르고 생각해 보자. 신정아 교수는 가장 유능한 큐레이터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던 사람이다. 그가 만든 기획물들은 큰 성공을 거두곤 했다. 성과만 놓고 본다면, 그는 ‘예일대 박사’ 수준의 능력을 갖춘 셈이다.
반면, 명문대 박사임에도 현장에서의 실력은 젬병인 이도 많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학위는 든든한 배경이 된다. 전문 자격증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화타(華陀) 같은 의술을 갖추고 있어도, 의사자격이 없으면 ‘불법 의료 시술’일 뿐이다.
그렇다면 학위나 전문자격증 자체가 진짜 거짓말 아닐까? 학벌과 자격이 실력을 누르는 현실은 큐레이터의 세계만이 아니다. 학원에는 교사자격증이 없어도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선생님이 많으며, 재야에는 법률 지식과 경험을 꿰차고도 법관 자격이 없어 개업하지 못하는 법률 고수가 넘쳐 난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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