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공무원 노조…철밥통으론 부족?

  • 입력 2007년 7월 18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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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5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정부와 공노총 간 단체교섭이 노조 측 참관인 참석 문제 등 단체교섭 운영 원칙에 대한 정부와 노조의 이견으로 열리지 못하자 한 노조 측 교섭위원이 정부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7월5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정부와 공노총 간 단체교섭이 노조 측 참관인 참석 문제 등 단체교섭 운영 원칙에 대한 정부와 노조의 이견으로 열리지 못하자 한 노조 측 교섭위원이 정부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7월5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정부와 공노총 간 단체교섭에서 정부 측 교섭대표인 행정자치부 박명재 장관(맨 오른쪽)이 심각한 표정으로 공노총 박성철 공동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7월5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정부와 공노총 간 단체교섭에서 정부 측 교섭대표인 행정자치부 박명재 장관(맨 오른쪽)이 심각한 표정으로 공노총 박성철 공동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이 기사는 지금 발매중인 시사주간지 주간동아의 커버 스토리를 요약한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동아 595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공무원 정년 직급에 관계없이 60세로 평등화’ ‘6급 이하로 55세 이상 20년 이상 경력 공무원에게 월 5만원 원로수당 지급’ ‘퇴직 예정 공무원 공로보상 차원에서 국내외 문화유적지 시찰 경비 500만원 지급’ ‘출산휴가 현행 90일에서 180일로 확대’ ‘공무원연금 연내 개정 논의 중단’ ‘성과상여금제 폐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동위원장 박성철 김찬균•이하 공노총)이 광복 이후 처음으로 갖는 정부 측과의 단체교섭에서 내건 요구사항들이 기막히다.

공노총 산하 조합원은 12만여 명, 가입 노조는 50여 개. 이중 39개 공무원노조로 이뤄진 공노총의 이번 단체교섭 공동협상단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무원노조, 교육기관 행정직•기능직 노조 등이 참여했다. 공동협상단은 임금수준의 공기업화 등을 골자로 한 단체교섭 요구안을 6월 정부 측에 제시한 뒤 7월5일 본교섭 상견례를 갖고 협상을 개시했다.

이번 교섭의 가장 큰 문제는 공노총 요구사항 중 상당 부분이 행정부 재량을 넘어 관련 법 개정이나 예산 확보가 전제되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 이 때문에 정년 보장, 안정적인 연금 등 가뜩이나 민간기업 종사자에 비해 월등한 신분보장과 혜택을 누려 ‘최고 선망 직업’으로 떠오른 공무원들의 이러한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공노총의 ‘단체교섭 요구사항’은 전문 350개조(條)와 부칙 12개조 등 모두 362개조(주요 요구사항 내용은 기사 본문 참조). 이에 정부 측은 공노총의 요구사항 중 정년 평등화, 공무원연금 문제 등 187개 항목에 대해선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을 공노총에 비쳤고, 이에 공노총은 자체 법률자문단의 자문을 받고 있는 중이다.

본교섭 간사인 공노총 채길성 수석부위원장은 “362개 요구사항은 이번이 사상 첫 단체교섭이라는 측면을 감안해 39개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렴한 것이다. 정부 측이 이중 187개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교섭 의제’라고 주장하지만, 공노총의 원칙적 입장은 요구사항 전부를 교섭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공노총의 단체교섭 요구사항에 대한 각계의 반응은 어떨까.

지난해부터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공무원 노사관계 포럼’을 주도해온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공노총 요구사항 가운데 무리한 것들이 꽤 있다. ‘원로수당’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정년 평등화나 출산휴가 180일 확대 등은 민간부문과 연동해서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공노총의 단체교섭은 사실상 공무원조직 전체를 대표하는 성격을 지닌 만큼 그 타결과정이 어떻든 간에 교섭의 합의사항이 공무원사회 전반은 물론, 민간기업 노사관계에까지 끼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50세 이상 고령자라는 이유만으로도 명예퇴직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민간기업 월급쟁이들에게 공노총의 요구사항은 과도함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동률 노동복지팀장의 지적이다.

“공노총 요구사항엔 현실과 동떨어진 게 너무 많다. 대충 협상 테이블 위에 던져놓고 보자는 무성의함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 기업노조의 경우 다소 과한 요구를 할 때는 있어도 공노총처럼 교섭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할 만큼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사례는 없다. 공노총의 이번 요구안이 7~8월에 정점을 이룰 민간기업 노조들의 하투(夏鬪)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 오래 몸담아온 한 노동운동가는 “공노총이 정부와의 첫 단체교섭에서부터 ‘원로수당’ ‘문화유적지 시찰 경비’ 지급 등을 요구하는 건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공노총 스스로를 희화화(戱畫化)하는 감이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공노총과 정부 양측은 8월 말까지 실무교섭을 마무리한 뒤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할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안 그래도 ‘공무원 천국’인 대한민국에서 ‘철밥통’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한 술 더 떠 ‘신이 내린 직장’을 꿈꾸는 공노총의 바람. 그 실현의 열쇠를 쥔 주체는 국민을 대신해 협상에 나선 정부가 아니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공복(公僕)의 원칙적 사용자인 국민이다.

이 기사는 지금 발매중인 시사주간지 주간동아의 커버 스토리를 요약한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동아 595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김진수 주간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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