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차라리 교육부가 입학처장 하라”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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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는 숙였지만… 25일 서남수 교육부 차관(오른쪽)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높일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발표를 한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대학들은 이날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신원건 기자 ▶dongA.com에 동영상
고개는 숙였지만… 25일 서남수 교육부 차관(오른쪽)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높일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발표를 한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대학들은 이날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신원건 기자 ▶dongA.com에 동영상
학교생활기록부(내신) 반영비율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에 대해 주요 대학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내신 논란이 ‘제2 라운드’를 맞고 있다.

2008학년도 정시 모집요강을 예년보다 두 달 이상 앞당겨 발표하고, 내신의 명목 및 실질반영률을 일치시키라는 교육부의 요구에 대해 대학들은 “차라리 교육부가 입학처장을 하라”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학 반발 더욱 거세져=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 회장단과 전국입학처장협의회 회장단이 22, 23일 잇달아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 관계자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돼 열흘 가까이 계속된 내신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엿보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15일의 발표보다 더 강하게 대학을 압박하고 나섰다. 내신반영률을 50%까지 확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년에는 10, 11월경 발표하던 입시요강을 다음 달 20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촬영 : 신원건 기자

교육부도 당초에는 대학의 요구를 수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청와대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강경 기조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내신 파문을 잠재우기 위해 대안을 내놨다고 하지만 대학들은 “오히려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이라고 교육부를 비판하고 있다.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관계자는 “대학들이 건의하면 교육부가 대부분 수용할 것으로 보고 건의안을 냈는데 교육부에 당했다는 느낌이 든다”며 “전형안 제출 시기에 맞추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워 연기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이 가장 반발하는 대목은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야만 내신반영률을 연차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연차적 확대를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실질반영비율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뿐”이라며 “대학들이 의도적으로 내신을 배제하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내용은 수용할 부분이 있는데 대학들이 오해를 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교육부의 대책은 협의가 아니라 사실상 입시안을 검열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하며 “차라리 교육부가 직접 입시안을 짜서 각 대학에 전달하라”고 말했다.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대학의 자율권과 직결된 문제로 입학처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교육부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 교수회의를 열어 결정하자고 학교 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입학처장협의회의 건의 내용에 대해 주요 사립대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협의회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와 갈등은 여전=학생부 1, 2등급을 만점 처리하겠다는 서울대의 입시안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올해 입시에서의 등급 통합은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강조했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은 “서울대 입시안은 일부 사립대가 검토한 1∼4등급 만점 처리와는 차이가 있는 걸 인정하지만 서울대 입시안을 허용하면 다른 대학들을 제재할 논리적 근거가 없다”며 “등급별 점수를 분리하지 않으면 제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4월에 발표한 모집요강대로 입시를 치를 것”이라며 “교육부의 제재 검토 방안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전국 대학총장 150여 명과 대학 경쟁력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어서 내신 문제와 관련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새 산출법, 패자부활전 봉쇄=교육부가 제시한 전형요소별 산정방식 개선안은 학생부 기본점수는 낮추고 수능과 대학별고사에도 기본점수를 줘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과 입시전문가들은 학생부의 영향을 획일적으로 강화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중앙학원 김영일 원장은 “학생부의 반영 비중을 너무 높이면 내신이 좋지 않은 학생은 수능이나 논술로 만회할 방법이 없다”며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막을 경우 오히려 내신 사교육이 더 심해지고 아예 자퇴하는 현상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개선안은 시안일 뿐”이라며 “개별 대학과의 협의를 통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산출법을 확정한 뒤 이에 따른 전형요소별 반영 비율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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