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6분


코멘트
■논제

세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 삶은 물질적으로 더욱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세계화는 글 (가), (나)와 같은 문제를 불러올 때도 있다. 글 (가), (나)에 드러난 문제를 분석한 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글 (다)를 바탕으로 논술해 보자(600자 내외).

■학생글 - 김가인·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중학교 2학년

세계는 하루하루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빨라짐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발생한다. 글 (가)의 문제점은 크고 작은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정보, 자원, 환경, 민족, 종교, 영토 등을 둘러싼 분쟁과 갈등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문제를 보여 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폭력보다는 서로간의 이해와 타협이 필요하다. 서로 이해하고 대화로 타협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이익을 생각하게 되고 분쟁과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다음 글 (나)는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수출 위주의 단작생산을 중심으로 오로지 이윤을 위한 황금만능주의적인 생각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것에 따라 자연적, 문화적, 경제적 다양성이 파괴되고 농촌에서 도시로 엄청난 인구이동이 초래된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황금만능주의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황금만능주의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일어난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저 우리가 해결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 생각하려는 것이다. 즉, 인간됨과 인격을 중요시 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생각을 가진다면 문제점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글 - 허진실·경기 성남시 구미중학교 3학년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자국의 실리를 추구하며 다이아몬드를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불법적으로 수입한다. 하지만 그 ‘불법’이 그 나라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 다이아몬드를 들여오는 데 집중한다. 다이아몬드가 선진국들의 자원 독점,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열대우림의 손상, 군사 정치독재, 경제력 약화는 한 번의 반짝임이 결코 이익이 아니란 것을 보여 준다.

또한, 정치적으로 볼 때 ‘경제력’은 그 나라의 막대한 힘과 같다. 예를 들면, 최근에 체결한 FTA를 견주어 볼 때 농업분야는 나라의 국민이 먹고 살아가야 할 필수 요소이다. 만약 체결한 국가가 식량을 무기로 정치적 압박을 가한다면 국민의 목숨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화는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각 나라의 특성을 교류하고 발전되고 경제적 이익도 증가됐지만, 자금과 로비스트를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따낼 수 있도록, 또는 자신의 권력이 최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이기적인 행동도 보인다. 반대로 권력과 부를 벗어나 같은 인간으로서의 교감과 똑같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보호한다면 세계화의 진행은 행복진행형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

■총평

오랜 세월 인간은 자신의 터전에서 열심히 일해 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인간의 삶의 질은 나날이 향상됐고, 자신의 터전을 벗어나 타 지역에까지 손을 뻗칠 수 있게 됐다. 이제 ‘세계가 하나의 마을’이라는 지구촌(global village)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를 앞세운 세계화는 서로의 이익만 앞세우다보니 국가 간의 불균형을 가져왔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국가 간에도 일어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형태의 세계화는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과도 일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가장 우선으로 보는 공장 시스템이 ‘세계화’라는 좋은 의도 뒤에 숨어서 자국과 자사의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 물질적인 풍요는 이루어졌지만 각 민족의 전통과 삶의 방식이 경제적·정치적 힘을 가진 다른 나라나 기업의 틀에 갇히게 되었다.

이번 논제는 이런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세계화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민족적 전통이 사라지고 지역적 특색이 단일화·획일화되는 등 암울한 문제점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또 이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꼼꼼히 살펴보고 해결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많은 학생이 화려하게 포장된 세계화를 재고(再考)하며 여러 의견을 펼쳤다. 무엇보다도 세계화 과정에서 강대국이나 기업이 경제적·정치적 목적으로 단일화·획일화를 가져왔고, 이를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의 눈을 물질적인 것으로 가려 왔다는 점을 과감하게 지적한 글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점은 문제의 원인을 찾는 능력에 비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지식수준은 높아졌지만 학교 교과에 비해 시사 문제에는 아직 어두운 탓으로 보인다. 매스컴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들려오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끊임없이 고민해 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가인 학생의 글은 우선 제시문에서 드러난 문제의 원인을 잘 파악했다. 서로 간의 이해와 타협의 고리가 형성되지 못한 탓에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위한 경쟁이 분쟁과 갈등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낳았다는 논리가 돋보였다.

그러나 논술문이 독자를 설득하는 데 목적이 있음을 간과한 것이 아쉬웠다.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아야 독자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론부분에서 ‘황금만능주의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은 앞서 ‘황금만능주의’를 해결해야 문제가 풀린다는 말과 배치(背馳·반대로 되어 어긋남)되어 논자의 주장을 꺾는 표현이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허진실 학생의 글은 ‘세계화는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를 최종 결론으로 세우고 세계화의 문제를 잘 지적했다. 특히 경제적 구조의 불합리성이 진정한 세계화를 꿈꾸는 사람들의 환상을 깨뜨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부분이 돋보였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소개하며 논자의 주장을 펼친 것도 신선하고 좋았다.

그러나 전체 글에서 원인 분석 부분이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한 탓에 정작 중요한 해결방안이 빠져 있다. 전체 글의 분량을 염두에 두고 핵심 원인만을 정리하는 대신 결론에서 제시한 ‘행복진행형’의 세계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해결책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면 좋은 글이 되었을 것이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아래에 있는 ‘다음 논제 써서 보내요’에 대한 글을 다음 주 월요일까지 보내 주세요. 글 가운데 일부를 선정해 첨삭지도를 해 드립니다. 글 보내실 곳: www.easynonsul.com→중학논술→논술클리닉(www.easynonsul.com/Middle/Clinic)

■써서 보내요

글 (가)와 (나)에서 드러나는 문제의 공통적인 원인들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글 (다)를 바탕으로 논술하시오(600자 내외).

<제시문>

1992년 일어난 흑인 폭동은 백인 경찰들이 흑인 트럭 운전사를 무차별 구타한 ‘로드니 킹’ 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폭동의 원인을 백인들이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에게 공격을 당한 사람들은 주로 한국인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때 흑인들이 한국인을 공격한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순수에 가까운 단일 민족이며 역사 이래 이민족과 어울려 살아본 경험이 없어 세계 모든 인종과 민족이 뒤엉켜 사는 미국 사회는 한국인에게는 낯설고 적응하기 어려운 사회였다. 그 결과 한국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인종차별적이 되었고, 이러한 한국인들의 폐쇄성은 다른 민족들의 반감을 샀다. 특히 한인 업소는 임금이 싼 흑인이나 히스패닉 종업원을 고용하는데 이들에 대해 인종차별적 대우가 많아 흑인들의 한인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쌓여갔다. [‘먼 나라 이웃나라-미국’ 편 156,157쪽]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을 저지른 조승희 씨가 한 달 전 총기를 구입하고 범행 전 여학생과 다툰 내용, 왜곡된 자아상을 보여주는 그의 글 등이 폭로되면서 이번 사건의 배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중략) 항상 긴장이 따르는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미국에서 인종 및 계층 간 차별은 좌절감과 분노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노스 이스턴대의 잭 레빈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량 살상범은 자신의 불행에 책임 있다고 믿는 모든 사람에게 복수를 하고 자신도 자살로 마감하는 유형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제퍼슨대의 닐 케이 정신분석학 교수는 “연쇄살해범의 경우 마약 중독자와 같이 그들의 행동에 쾌감을 느끼지만 대량 살상범은 쾌감을 찾는 유형이라기보다는, 우울하고 화가 나 있으며 스스로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의 경우 여성과 낭만적인 관계를 가지려 해도 거부당하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내면적으로 분노를 쌓으면서 적게는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총기 난사로 사람들을 대량 살상하는 환상을 키운다는 것.[동아일보 기사]

(전략) 민족 문화와 세계 문화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흔히 범하기 쉬운 잘못이 있다. 하나는 자신의 것을 무시하고 세계 문화만을 좇아가려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민족 문화의 고유한 모습에만 집착하여 폐쇄적인 자기중심주의에 빠지는 태도이다.

세계 문화만을 좇아가려는 태도는 ‘보편적인 것’, ‘세계적인 것’의 기준을 우리의 바깥 세계에서 찾으려고 하는 태도이다. 이러한 태도는 다른 민족의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태도를 가지고 맹목적으로 외래문화를 추구하다가는 마침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부정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한편 자기 문화만 고집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인들이 중국을 중심으로 하여 천하를 본 중화사상이나, 근대 이후에 서구에서 서구 문화만 우수하다고 보는 사고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결국 문화란 끊임없이 다른 문화와 교류하면서 상호 발전해 나가는 것으로 우리 민족 문화도 불교와 유교가 전래되면서 형성된 것이지, 처음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고정되어 지금까지 전해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느 한 민족의 문화만을 우수한 문화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각각의 민족 문화가 가지고 있는 가치 있는 요소들이 모여서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남을 때에 그것이 바로 세계 문화를 뜻한다. [중 2 도덕 159,160쪽]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