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7주년]정보통신, ‘고품질 신뢰망’이 해외 공략 열쇠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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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업은 흔히 내수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제 국내 통신 시장의 성장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KT와 하나로텔레콤 등 한국의 대표적인 정보통신기업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해외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해외 진출에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자신감의 원천은 바로 풍부한 경험과 기술, 저돌적인 돌파력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에게서 나온다. KT와 하나로텔레콤의 해외 시장 개척 일꾼들을 소개한다.

○러시아 연해주 1위 사업자

1997년 KT가 경영권을 인수해 지분 79.7%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연해주의 종합통신사업자 NTC(New Telephone Company). KT가 인수한 이후 성장을 거듭해 2006년 매출 9500만 달러로 현지 4개 이동통신사업자 중 점유율 41.3%로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성공의 중심에는 김영택 NTC 사장이 있다. 김 사장은 “연해주 지역 면허 만 가지고 있는 지역 사업자로 러시아의 전국 사업자들과 경쟁을 해야 해 어려움이 많다”며 “KT의 자존심을 해외에서도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바이에는 30대 초반의 주영 주재소장이 파견돼 있다. 두바이주재소는 중동 지역에서 KT의 IT 솔루션 수출을 통한 글로벌 사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주 소장은 부동산 개발 회사들을 대상으로 KT 회사 소개 및 핵심 솔루션에 대한 설명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어려움도 없지 않다. 아랍인들은 모든 일을 ‘신의 뜻’으로 돌리는 특성 때문에 시간에 대한 개념이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주 소장은 “두바이는 세계 유수 글로벌 사업자들이 진입을 노리고 있는 황금시장인 만큼 확실한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15일 동안 기차 여행 1만 km

2007년 2월 시작된 하나로텔레콤의 저렴한 해외 로밍 서비스는 이 회사 지능망영업팀의 3인방 강주일 팀장, 오세창 차장, 최정호 차장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하나로텔레콤의 첫 해외 진출 사업인 이 서비스를 위해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바로 미국과 캐나다로 달려가 현지 설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해외 로밍 서비스 시작 전, 스위스 취리히에 테스트 기지를 설치하고 최종 점검을 할 때다. 매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및 오스트리아 등 주변국에서 번갈아 가며 순회테스트를 하는 등 15일 동안 무려 1만여 km를 기차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이렇듯 힘들게 해외 로밍 서비스를 출시한 2월. 이들 셋이 또다시 뭉쳐 인천공항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홍보를 했다. 하지만 경쟁사 대비 요금이 너무 저렴한 나머지 고객이 좀처럼 믿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강 팀장은 “당시엔 ‘너무 싸게 서비스를 제공해도 문제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서비스가 알려지면서 고객들이 먼저 찾는 분위기가 조성돼 기쁘다”며 웃었다.

한편 LG데이콤은 태국에 TrueIDC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해 기업들의 서버를 관리해 주는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사업과 초고속 인터넷 사업으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KT와 하나로텔레콤의 해외 개척 일꾼들:

○ KT - 김영택 사장, 주영 주재소장

러시아 NTC 인수해 연해주 1위 업체 우뚝, 두바이 개발도 본격화


○ 하나로텔레콤 - 강주일 팀장, 오세창 차장, 최정호 차장

유럽 로밍 설비 점검 위해 15일간 1만 km 이동하며 순회 테스트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김한석 KT 전무(글로벌사업본부장) “치밀한 준비로 투자수익 꾸준히 증가”▼

KT 김한석(글로벌사업본부장·사진) 전무는 “성장이 시급한 과제이지만 성공적인 글로벌사업을 위해선 치밀한 준비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0년 전부터 내실 있게 해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KT의 해외 사업 철학은 ‘차분하고 꾸준해야 이긴다’는 것.

KT는 그동안 △태국과 베트남에서의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방글라데시 통신망 현대화 사업 추진 △2006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통신지원 컨설팅 제공 등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IT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서 입지를 천천히 강화해 왔다.

베트남 통신망확장사업(BCC), 러시아 연해주 이동통신사업(NTC), 몽골 제1유선통신사업(MT) 등의 해외 투자 사업도 신중하게 접근하지만 일단 결정을 내리면 사업 진척 속도는 빠르다. 그동안 국내 사업을 하면서 쌓은 기술력이 뒷받침 해 주기 때문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NTC를 포함한 KT의 글로벌사업 전체로 보면 투자수익과 기여 매출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김 전무는 설명했다.

특히 김 전무는 NTC가 올해 가입자 100만명, 매출액 1억 달러 이상의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전무는 “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관심을 갖고 사업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무선망 설계 툴(NeOSS, CellTre) 등 각종 솔루션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식 하나로텔레콤 부사장 “뚝심으로 로밍 서비스 단기 구축”▼

올해 2월부터 시작된 하나로텔레콤의 해외 로밍 서비스는 2004년 하나로텔레콤이 ‘국제전화 005’ 서비스를 출시한 직후부터 추진돼 왔다.

후발 주자인 하나로텔레콤이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신규식(사진) 부사장의 뚝심이 큰 역할을 했다.

하나로텔레콤은 2004년 7월 KT, LG데이콤, 온세통신, SK텔링크 등에 이어 5번째로 국제전화 시장에 진출했지만 선발사업자가 쌓아 놓은 철옹성은 공략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신 부사장은 해외 로밍 서비스만이 국제전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미국과 캐나다부터 현지 설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직원들은 곧바로 설비 구축에 들어갔다.

시작은 늦었지만 사업은 금방 자리를 잡아갔다. 현재 하나로텔레콤의 해외 로밍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10개 지역에 이른다.

신 부사장은 “단기간에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은 1999년 시내전화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터득한 노하우와 관련 기술을 잘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우수한 인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에서는 서비스 시작 직후 타사에서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그중에서 일부 사업자는 하나로텔레콤의 망을 직접 제공 받는 것도 검토 중일 정도로 서비스에 대한 호응이 좋다.

신 부사장은 “(서비스는) 이제 시작됐지만 저렴한 요금과 우수한 통화 품질로 경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임응수 LG데이콤 상무 “태국 통신회사와 합작 IDC사업 적중”▼

LG데이콤은 임응수(사진) 상무의 지휘로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사업 모델을 태국에 수출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데이콤은 2004년 3월 태국 통신회사인 트루(True)와 합작, TrueIDC를 설립했다. 태국에서 IDC 사업 성공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한 데 따른 해외 진출 결정이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판단은 맞아떨어졌다.

현재 TrueIDC는 LG데이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태국 IDC 사업과 초고속 인터넷 분야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임 상무는 “태국 진출 초기 문화적 차이로 힘든 일도 있었다”며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에 답답한 적도 있었지만 일을 많이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LG데이콤이 태국에 IT 한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한류 스타와 드라마도 한몫을 했다고 임 상무는 전했다.

그는 또 “태국 정부 부처 관계자와 통신 사업자를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드라마 ‘대장금’과 가수 비 등의 한류 드라마와 스타를 언급했다”며 “한국 드라마와 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업 이야기는 저절로 잘 풀린 것 같다”며 웃었다.

True는 LG데이콤과의 IDC 사업을 발판으로 올해는 국제통신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데이콤은 향후 VoIP 솔루션을 통해 태국 시장에 또 한번의 한류를 불러일으킨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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