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7주년]전자, 뉴 패러다임 이끌 ‘뉴 리더’ 키워라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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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자업체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체 매출액 중 해외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이들에게 세계 시장을 개척할 ‘글로벌 리더’의 양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삼성전자 “세상을 변화시킬 인재를 키워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은 일본의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해서는 먹고살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일본 기업은 풍족한 국내 시장의 일정한 점유율만 확보하면 생존할 수 있지만 한국 기업은 해외 활로를 찾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어디서도 살아남을 글로벌 리더를 키우기 위한 대표적 인사 제도가 1990년 시작된 ‘지역전문가’ 해외연수. 1년의 연수 기간 중 처음 3개월은 어학 공부를 하고, 나머지 9개월은 자유롭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단 본사나 현지법인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며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길러진 개척정신이 세계 신흥시장의 판로 개척으로 이어지고 있다. 매년 20여 국가에 260여 명씩 파견되고 있다.

○LG전자 “인사관리의 글로벌화를 실현하라”

LG전자는 올해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총 20회 이상의 순회 채용설명회를 열어 200명의 첨단 연구개발(R&D) 석·박사를 뽑을 계획이다. 전체 신규 채용 규모의 10%가 넘는 수다. R&D와 인사 담당 임직원 10여 명으로 ‘해외 우수 인재 유치단’까지 결성돼 있다.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핵심 인재는 장소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직접 가서 ‘모셔’ 오겠다는 의지다.

남용 부회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앞으로 최소한 300명의 세계적 리더를 확보할 것”이라며 “영어공용화 실시를 포함해 인사관리 자체를 글로벌화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국내외 대학과 LG의 해외 현지법인이 참여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인 ‘글로벌 LG트랙’을 통해서도 ‘될성부른 나무’를 발굴하고 있다.

○삼성SDI “해외 직원도 글로벌 리더로 키워라”

디지털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인 삼성SDI의 KEC(Korea Expert Course) 제도는 해외법인의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글로벌 리더 양성 프로그램. 현지에서 6개월 이상 한국어를 선행 학습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6개월 더 한국어 교육을 받고 담당 직무를 실습한다.

지난해 중국 내 4개 법인과 말레이시아 헝가리 브라질 멕시코 등 총 8개 해외법인의 임직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교육을 받았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임형규 삼성종합기술원장 “속 깊고 폭넓은 T자형 인재 찾아”▼

임형규(사진) 삼성종합기술원장(사장급)은 삼성전자가 직접 키운 ‘글로벌 인재 1호’로 사내에서 불린다. 그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과 기술총괄 사장을 지냈다.

1976년 삼성반도체(현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한 그는 회사 지원으로 1984년 미국 플로리다대 전자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우수 인재를 외국에 뺏기지 않기 위해 실시된 ‘해외 학술연수’ 제도의 첫 수혜자였던 것이다.

임 원장은 자신을 키워 준 삼성전자에 그 이상의 보답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분명 모험이었다. 나를 비롯한 연구원들이 ‘국가적 프로젝트’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매일 오후 10시를 넘겨 퇴근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문득 떠오르면 새벽같이 회사로 나와 실험을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사업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 관련 인재를 확보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기도 했다.

임 원장은 글로벌 리더의 조건으로 ‘T자형 인재’를 강조한다. 땅에 구덩이를 팔 때 처음에 넓게 파기 시작해야 깊게 파 내려갈 수 있듯이 자신만의 전문분야뿐 아니라 몇 가지 관련 분야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갖춘 인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창조적 기술혁신을 통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혁신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인재가 요구되는 시대”라며 “삼성은 ‘미래의 삼성’ ‘미래의 대한민국’을 키울 글로벌 리더를 지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김영기 LG전자 HR부문장 “해외 두뇌 확보 유치단 상시 운영”▼

“LG전자는 열정 실행력 전문역량을 고루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글로벌 시대에도 이런 기준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영기(사진) LG전자 인력자원(HR)부문장은 ‘바람직한 인재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런 기준에 어학능력을 덧붙이면 글로벌 인재가 된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2008년 ‘영어 공용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김 부문장은 “영어 공용화는 국내 임직원의 영어 사용능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수한 직원들이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인재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며 “이는 LG전자가 ‘세계 3대 전자·정보통신 기업’ 달성을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LG전자는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인재 유치단’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사업본부장 등 주요 임원이 해외출장을 갈 때에는 반드시 인재 유치 일정을 함께 챙긴다. 임원이 취업 희망자와 1 대 1 면접을 진행하는 것도 드물지 않다.

김 부문장은 “미래의 성장엔진을 발굴하기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핵심 인재를 모셔오고 있다”며 “이런 활동은 이미 특정 시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일상적인 업무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 김명진 삼성SDI 인사팀장 “6개월 해외 파견… 현지 적응력 키워”▼

“삼성SDI는 국내와 해외 인력 모두를 대상으로 글로벌 인재 육성 교육을 실시합니다. 외국어를 중심으로 경영지식과 지역연구 등을 익히게 합니다.”

김명진(사진) 삼성SDI 인사팀장(상무)은 다른 문화를 체득하고 글로벌 안목을 강화하는 것이 글로벌 리더 양성의 기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해외 인력도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업무 능률도 커진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해외법인의 주재원으로 나갈 임직원들에게 ‘미니 지역전문가 제도’를 실시한다. 국내에서 10주간 해당 외국어 교육을 한 뒤 6개월 동안 현지에 파견한다.

김 팀장은 “미리 해외생활을 경험한 주재원들은 실제로 업무파견을 했을 때 현지적응이 훨씬 빠르고 업무 장악력도 높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해외 명문 대학의 경영학석사(MBA) 학위 취득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키우게 하는 ‘파워 MBA’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김 팀장은 “삼성SDI는 앞으로도 무한 경쟁 시대에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를 키우기 위해 매년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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