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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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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의 심야교습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이 시행에 들어간 23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만난 학생의 말이다.
이날 만난 학생들 가운데 오후 10시 이후 심야수업 제한에 찬성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법대로라면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지 않아도 돼 좋아할 만도 하건만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고교 2학년생은 “오후 11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는 학교도 많은데 학교는 밤늦게까지 공부시켜도 되고, 학원은 안 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면서 “어차피 그 시간에 학원을 가지 않아도 집에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학원에서 공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990년대 중반 오후 10시 이후의 학원 수업을 제한한다는 조례를 만들었다. 조례를 만든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법과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공부하겠다는 욕구를 규제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고, 규제의 수혜자여야 할 학생과 학부모는 심야수업 제한에 반대하고 있다. 또 서울 지역 교육청별로 2, 3명인 단속반이 매일 학원 수백 곳을 돌면서 단속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학원 관계자는 “학원의 심야교습을 규제하면 밤늦게까지 수업하더라도 단속하기가 쉽지 않은 고액 개인과외나 과외방이 기승을 부려 돈 없는 사람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있는 한 어떤 형태로든 사교육 공급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교육 당국은 유명무실한 규제보다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도록 공교육 내실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학원에서 밤늦게 공부하고 학교에서 낮잠을 자는 학생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학생들이 정규 수업에 자율학습까지 하고도 지친 몸을 끌고 학원에 가야 하는 현실이 안쓰럽다. 공교육 경쟁력 강화만이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신수정 교육생활부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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