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판 오리엔테이션은 그만…대학 신입생 첫출발 달라졌다

  • 입력 2007년 3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하면 먼저 ‘술’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술에 약한 신입생은 환영회, 수련회(MT)로 이어진 술자리가 고역이었다.

신입생이 선배의 강권으로 냉면 그릇에 가득 부은 소주를 마셨다가 숨진 ‘사발주 사건’은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지난달 24∼26일 열린 한남대 공과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구호는 ‘첫출발은 금연 금주로…’였다.

대운동장에서 신입생과 선배가 금주 금연 선서문을 낭독한 뒤 담배를 회수했다. 이어진 수련원 MT에서는 금주 금연을 하는 가운데 타임캡슐에 대학생활 포부담기 행사 등을 가졌다.

이 대학은 2003년부터 신입생 환영회와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헌혈캠페인을 벌이거나 학교 주변 불우가정을 찾아 도배와 빨래 봉사를 해 왔다.

한국정보통신대는 3, 4일로 예정된 MT 기간에 연수원에 입소해 ‘변화와 혁신’ 교육을 받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역할극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다. MT를 개인 및 학교의 비전과 사명 등 핵심 가치를 인식하는 기회로 이용한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

순천향대는 오리엔테이션 때 개그맨 김홍식 씨를 초청했지만 개그 대신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한 인생담을 들었다. 공주대 자연과학대 학생회는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오리엔테이션 기간 속리산에서 자연정화 활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이제 오리엔테이션 대신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라는 용어가 쓰이기도 한다.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에 각 대학이 취업지도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배재대는 2일 술판으로 이어지기 쉬운 단과대별 행사를 금지하고 전체 오리엔테이션을 열어 취업진로지도 교육을 했다. 상시 진로 시스템과 무료 토익 인터넷 강좌, 면접 예절 등을 가르치는 비서학교 운영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이은국 취업정보과장은 “졸업생 설문조사에서 취업 준비가 빠르면 빠를수록 정규직 취업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와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많은 대학이 신입생에 대한 취업지도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대학생활을 술로 시작하는 문화가 없어지는 것은 반갑지만 오리엔테이션에서 ‘대학생 필독도서 100선’ 대신 ‘취업 지도서’가 배포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한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