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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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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인생을 맛깔스럽게 하는 소금이다. 드라마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들이 참 많다. 사랑에 빠지면 불치병에 걸리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다. 죽음 앞에서는 삶의 모든 의미가 생생하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까닭이다. 별 생각 없던 하루하루의 학교생활도 졸업식 날에는 그립고 가슴 저리게 다가오는 법이다. 졸업 없이 학교생활이 영원히 계속된다고 상상해 보면, 죽음이 왜 인생의 소금인지가 금방 다가온다. 실존철학자들은 죽음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끝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시시한 일상이 생생하게 다가올 터다.
죽음을 스스로 택하는 상황은 더 극적이다. 자살은 자기 삶의 의미를 홀로 결론짓고 완성시키는 일이다. 조국을 구하려고 목숨 던진 영웅의 최후는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하지만 최근 잇따르는 연예인들의 자살은 어떤가? 뒤르켐은 자살을 ‘이타적 자살’과 ‘이기적 자살’로 나눈다. 이타적 자살은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위해 삶을 던지는 일이다. 어린아이를 구하려고 위험을 무릅쓰는 구조대원이 여기에 해당하겠다. 반면, 이기적 자살은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느끼기에 택하는 죽음이다. ‘왕따’를 견디다 못해 삶을 놓아 버린 이들처럼 말이다.
뒤르켐에 따르면 연예인들의 자살은 이기적 자살에 들어갈 터다. 그릇이 크면 빈 부분도 더 크기 마련. 정상에 가까운 이들일수록 인기와 명예에 대한 기대치는 훨씬 높다. 그래서 연예인은 일반인보다 더 유명할 수는 있어도 더 행복할 수는 없다. 목숨을 끊은 연예인들이 느꼈을 외로움과 불안함을 공감하기란 어렵지 않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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