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후보자 풀’ 만들어 부처별 수시채용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2012년 공무원 지망생 A(23) 씨는 3년 동안의 ‘고시 공부’ 끝에 예전의 행정고등고시인 ‘5급 행정직 공무원예비시험’에 응시했다. 1차 필기시험인 공직 적격성 테스트(PSAT)와 ‘통합논술형’의 2차 필기시험을 통과한 A 씨는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진짜 경쟁은 그 이후부터였다. 2012년 A 씨와 함께 일반행정 직렬에 예비 합격한 사람은 150여 명. 지난해 합격하고도 아직 채용되지 못한 합격자까지 합치면 경쟁자는 200명에 이른다.

A 씨는 B부처를 지망했다. 마침 합격 후 2주 만에 이 부처에서 10명을 선발하겠다는 공고가 났다. A 씨는 이틀 동안의 심층 면접과 그룹 면접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다음 해에 또다시 이 부처에 도전할지, 아니면 다른 부처에라도 지원할지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3년 동안 각 부처의 면접 응시자격이 주어지지만 아예 진로를 바꿔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에 지원해 볼까 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현재 중앙인사위원회가 준비하는 새로운 공무원채용 제도가 시행되면 A 씨와 같은 사례가 적잖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시험 합격이 곧 임용’인 현재의 공무원 시험 제도가 ‘공무원이 될 수 있는 자격 인정’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부처 중심 인재 채용 가능=인사위는 새 제도 도입 배경으로 각 부처 중심의 인재 채용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들었다. 부처마다 요구하는 인재가 다른데 현재는 일괄 시험과 면접으로 신규 인력을 선발해 사실상 ‘인기 부서’부터 성적순으로 배치하기 때문.

직렬을 가르는 ‘칸막이’도 낮아져 각 부처가 필요한 직렬의 인력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도 새 제도 도입의 이유다. 예를 들어 비(非)경제부처에서 재경 직렬의 신규 공무원이 필요한 경우 이 직렬 예비합격자를 자유롭게 뽑을 수 있다는 것.

예비합격자가 돼도 급여 지급이나 향후 채용 보장 등 어떠한 신분 보장도 없다. 대신 이들은 지자체나 공기업의 스카우트 대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예비합격자 신분으로 민간 기업에 취직한 후에도 각 부처의 면접에 참여할 수 있다.

한편 인사위는 새 제도가 도입돼도 여성이나 지방 출신, 장애인에 대한 신규 채용 할당은 부처별 목표 달성 계획에 따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 지망생들의 불안=시험 준비생들은 당황하는 표정이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백모(24·여) 씨는 “새 제도 도입 전에 합격하기 위해 응시생이 대거 몰릴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같은 학교 3학년 전상춘(23) 씨는 “합격하고 공직에 자리가 날 때까지 몇 년을 기다릴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공무원시험 응시도 하지 말라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면접 비중 강화에 따른 공정성 논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면접에서 탈락하는 비율이 20% 안팎인 현 제도에서도 지난해 탈락자들이 면접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격자를 필요 인력의 50%가량 더 뽑아 각 부처의 면접으로 임용을 최종 결정할 새 제도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서강대 경제학과 3학년 한모 씨는 “‘공무원 면접 학원’ 같은 새로운 문제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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