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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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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에 따르면 한 40대 초반의 남자가 구청 민원실에 전화를 걸어 온 것은 지난해 10월. 그는 “의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구청이 대상자를 추천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잠시 후 대리인을 보내 불우이웃 4명의 계좌번호를 전해 받으면서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이때부터 4명의 통장에는 매월 50만 원이 입금됐다.
이 남자는 올 4월 다시 대리인을 보내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고 요청한 뒤 400만 원을 보내 와 구청 측은 수혜자 1인당 20만 원으로 액수를 줄이는 대신 20명으로 늘렸다.
이어 그는 올 10월 구청에 직접 찾아와 “내가 보낸 돈이 잘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며 “앞으로 기탁금을 매월 1000만 원으로 늘리겠다”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구청 직원들이 “이런 고마운 일을 하는데 신분을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통사정했지만 “꼭 비밀을 지켜 달라”며 종종걸음으로 구청사를 빠져나갔다.
구청 측은 10월부터 이 돈을 기존 20명에게 각 20만 원, 모자가족 소년소녀가장 등 120명에게 5만 원씩 나눠 송금해 이 독지가의 뜻을 전하고 있다.
광주=김 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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