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공장 르포]“3주전부터 공장 비우기 시작”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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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찾은 대전 대덕구 평촌동 ‘바다이야기’ 제조 공장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대전=전영한  기자
23일 찾은 대전 대덕구 평촌동 ‘바다이야기’ 제조 공장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대전=전영한 기자
23일 오후 1시 대전 대덕구 평촌동 변두리의 중소공장 밀집 단지.

사행성 성인게임기 ‘바다이야기’ 제조공장이 이곳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지 이틀 만에 현장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간판도 달려 있지 않은 이 회색빛 창고가 전국을 떠들썩한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바다이야기 공장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

굳게 닫힌 거대한 철문을 열었다. 공장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300여 평 규모의 대형 창고엔 오락기 부품 몇 개만이 뒹굴고 있었다.

“한발 늦었어. 오늘 새벽같이 와서 마지막 남은 짐까지 싹 싣고 가 버린걸. 어디로 간단 말도 없이 사라졌어.”

바로 옆 S물류창고의 한 직원은 “3주 전부터 공장 물건을 빼내기 시작하더니 오늘 오전 8시에 와 마지막 정리를 하고 떠났다”고 말했다.

주위 공장이나 창고 관계자들은 이곳이 바다이야기 조립공장이었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창고 관리자는 “잠깐씩 문이 열릴 때 보면 창고 안은 오락기 같은 기계로 꽉 차 있었고 15명가량의 아줌마와 젊은이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 공장이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작업을 해 왔다’고 입을 모았다.

물류창고 사장에게조차도 명함 한번 건넨 적 없고 다른 공장이나 창고 관계자들과도 접촉하지 않아 다들 이상하게 여겼다는 것.

그들은 “사행성 오락기 공장이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여기지 않았던 게 아니겠느냐”고 짐작했다.

바다이야기 조립공장 관계자는 이곳을 임차하며 전자음향기기를 만드는 회사라고 밝혔다고 한다.

물류창고 임대업자는 “4월 10일경 기존의 공장규모가 작아 이곳으로 옮기고 싶다고 해서 1년 임대계약을 맺었다”며 “하지만 갑자기 20일 ‘사업이 제대로 안 돼서 폐업 신고를 해야겠다’며 짐을 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까지 다 책임지겠다며 황급히 공장을 철수했다는 것.

그는 “벤츠, 포드 같은 외제차를 모는 직원도 있었고 임대료 한번 밀린 적이 없는데 갑자기 사업이 안 돼 나간다고 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회사 앞 B식당의 주인은 “트레일러 기사들이 식사를 하며 ‘저 공장이 한강 이남에서 물량이 제일 잘 돌아간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면서 “요즘 다른 공장들은 장사가 안 돼 난리인데 신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장 바닥에 직원들이 버리고 간 20여 개 납품업체의 리스트가 있어 이들 회사에 전화를 걸어 봤다. 납품업체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등 전국에 걸쳐 있었다.

이들 업체는 한결같이 “지금은 거래가 끊긴 상태”라며 “정확한 거래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퉁명스레 전화를 끊었다.

대전=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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