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뒤끝, 다목적 댐이 아쉽다

  • 입력 2006년 7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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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 맞은 듯…강원 양양군 오색약수에서 한계령휴게소로 향하는 국도 44호선이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로 마치 폭격이라도 당한 듯 깊이 파인 채 끊어져 있다. 17일 도로의 무너진 부분에 가드레일이 구름다리처럼 걸려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조심스럽게 도로 옆으로 걸어가고 있다. 강릉산림항공관리소 헬기(기장 오진호 김창만)상·양양=전영한 기자
폭격 맞은 듯…
강원 양양군 오색약수에서 한계령휴게소로 향하는 국도 44호선이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로 마치 폭격이라도 당한 듯 깊이 파인 채 끊어져 있다. 17일 도로의 무너진 부분에 가드레일이 구름다리처럼 걸려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조심스럽게 도로 옆으로 걸어가고 있다. 강릉산림항공관리소 헬기(기장 오진호 김창만)상·양양=전영한 기자
《경기 여주군 주민들은 16일 오후 홍수경보가 발령돼 주변 학교 등으로 급히 피해야 했다. 충주댐의 저수율이 96%를 넘어서면서 방류량이 늘어 한때 여주대교의 수위가 한계수위인 10.1m에 가까운 9.59m까지 오르며 범람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남한강 유일의 다목적댐인 충주댐(저수용량 27억5000만 t)은 이날 오후 6시 댐이 감당할 수 있는 최고수위(145m)에 불과 90cm 남겨둔 곳까지 차올랐다. 수자원 전문가들은 1998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가 착공도 못한 충주댐 상류의 영월댐(일명 동강댐·저수용량 7억 t)이 예정대로 건설됐다면 이런 위기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환경단체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2000년 6월에 영월댐 건설계획을 완전히 포기했다. 》

○ 동강, 한탄강 유역 범람 위기

한양대 조용식(토목공학) 교수는 “기초계획이 서 있던 영월댐이 예정대로 추진됐다면 지금쯤은 완공 단계”라며 “충주댐의 저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영월댐은 남한강 치수(治水)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강의 소양강댐(29억 t)까지 밀려드는 물을 감당하지 못해 방류량을 늘렸다면 한강이 범람할 수 있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탄강 유역의 상황도 마찬가지. 한탄강은 16일 낮 한때 위험수위인 8.5m를 넘긴 8.9m까지 물이 차올랐다.

정부는 1996년부터 3년 연속 이 지역에 홍수가 발생하자 1999년 한탄강댐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지금까지 진척을 보지 못했다. 국무조정실은 현재 댐 건설을 포기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11일 태풍 에위니아로 큰 피해를 본 경남 남강 주변도 비슷한 상황.

정부는 남강댐 상류에 문정댐(경남 함양군)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2001년 후보지에서 제외했다.

○ 10년 동안 1억 t 이상 댐 착공도 없어

지구 온난화 등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집중호우의 발생 빈도는 급증하고 있다.

기상청이 전국 300여 곳에 설치된 강우관측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집중호우 발생건수는 1939년 이전 연평균 2.2회에서 1940∼1979년 5.3회, 1980년 이후 8.8회로 급증했다.

반면 저수용량 3억 t 이상의 다목적댐 착공을 한 것은 1990년 전북 진안군의 용담댐(8억1500만 t) 이후 16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1억 t 이상 댐 착공도 10년 전인 1996년의 전남 장흥군 장흥댐(1억9100만 t)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화북댐(경북 군위군) 등 4개 댐을 착공했지만 저수용량 1억 t도 안 되는 소규모 댐이어서 홍수조절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설교통부 원인희 수자원기획관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어려워 2000년대 들어 댐의 규모와 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천관리 예산도 2004년 1조1243억 원에서 2006년에는 9910억 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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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댐 건설 포기는 치수 포기”

환경단체들은 홍수 피해의 원인이 댐 부족이라는 지적에 반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사무처장은 “수해는 댐 부족 때문이 아니라 곳곳에서 이뤄진 난개발과 하수·배수 시스템이 불량하기 때문”이라며 “댐이 건설되지 않아 수해가 일어났다는 것은 공무원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수자원 전문가는 홍수 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인 댐 건설을 무조건 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다.

인하대 심명필(토목공학) 교수는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홍수에 따른 인명, 재산상의 피해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꼭 필요한 곳에 대규모 댐을 세우는 문제를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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