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연산호 군락지가 앓고 있다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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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앞바다의 문섬 주변에 자생하는 정상적인 해송(왼쪽). 종류를 알 수 없는 솜털 같은 생물이 하얗게 뒤덮여 있다. 사진 제공 태평양다이빙스쿨
제주 서귀포시 앞바다의 문섬 주변에 자생하는 정상적인 해송(왼쪽). 종류를 알 수 없는 솜털 같은 생물이 하얗게 뒤덮여 있다. 사진 제공 태평양다이빙스쿨

세계적으로 희귀한 수중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앞바다의 ‘연산호 군락지’(천연기념물 제442호)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바다의 소나무로 불리는 ‘해송’(일명 검정뿔산호)에 솜털처럼 생긴 생물이 끼어 고사시키고 있고 대표적인 연산호인 수지맨드라미와 분홍맨드라미가 크게 훼손됐다.

지난달 30일 서귀포 앞바다 문섬 서쪽 150m. 수심 20m에서 자라는 높이 70cm의 해송이 솜털을 뒤집어쓴 것처럼 하얗게 변했다. 10m가량 떨어진 곳의 해송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태평양다이빙스쿨 김병일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샘플을 채취해 전문가에게 급히 보냈다.

김 대표는 “해송에 손을 대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 까만 줄기만 남았다”며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해송이 모두 하얗게 변한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끼벌레로 불리는 태형동물이 대량 번식하면서 해송의 촉수를 감싸는 바람에 고사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우석대 서지은(생명과학과) 교수는 “사진으로 판독한 결과 수중에 흘러 다니는 태형동물이 해송에 붙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 보고된 적이 없는 종류 같다”고 말했다.

해송 피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문섬 동남쪽 수중에서 자라는 높이 280cm의 해송은 낚싯줄에 잘려 나갔고 높이 150cm의 다른 해송은 그물에 걸려 뿌리째 뽑혔다.

해송이 2cm 자라는 데 1년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수십 년 동안 자란 희귀 해송이 한순간에 자취를 감춰버린 셈이다.

또 문섬 주변에서는 낚시꾼이 던진 봉돌로 인해 맨드라미류의 연산호가 잘려 나가고 있다. 수중 바닥까지 닿는 어선의 그물도 연산호를 파괴하고 있다.

최근 서귀포항 서방파제의 증축으로 공사장 주변 수중 연산호 군락지가 자갈에 깔렸고 조류가 느리게 변한 지역에서는 연산호가 성장을 멈췄다.

서귀포 연산호 연구전문업체인 인더씨코리아 김사흥 연구실장은 “수온 상승과 수질오염으로 문섬 주변 수중 생태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수중 보고(寶庫)를 지키기 위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생태 조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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