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북한산에 석굴암이?

  • 입력 2005년 11월 2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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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동굴에 만들어진 덕암사 대웅전 앞에서 등산객이 합장하고 있다. 동굴 속에 부처를 모시고 법당이 꾸며지면서 동굴의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으나 천장 가운데는 인위적인 장식이 없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이동영  기자
자연 동굴에 만들어진 덕암사 대웅전 앞에서 등산객이 합장하고 있다. 동굴 속에 부처를 모시고 법당이 꾸며지면서 동굴의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으나 천장 가운데는 인위적인 장식이 없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이동영 기자
북한산은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북한산에 ‘석굴암’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북한산국립공원 원효봉 아래 대한불교 조계종 덕암사 대웅전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굴속에 자리 잡고 있다.

정식 등산로가 아닌 데다 주변에 안내판도 없어 신도가 아니면 이 절의 ‘석굴암’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큰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는 널찍한 바위 아래에 출입문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그저 커다란 바위쯤으로 보일 듯하다.

실내는 약 25평 정도로 높이는 3m가량. 여러 개의 바위로 쌓은 것도 아니고, 실내에 축대를 만들지도 않았다.

고양시 정동일 문화재 전문위원은 “출입문 쪽만 손을 댔고 나머지 전 부분은 자연 그대로 형성된 바위굴이라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고 말했다.

이 석굴암은 인접한 ‘원효봉’이 말해주듯 신라 원효 대사가 기거했었다는 얘기가 내려오고 있다.

삼국 통일을 전후한 시기에 원효대사가 이곳에 머물며 통일을 기원했다고 하나 덕암사가 자리를 잡기는 광복 직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석굴 안쪽으로도 수십 m에 이르는 굴이 연결돼 있는데 석굴 앞쪽이 법당으로 사용되면서 안쪽은 막아 두었다는 게 절 측의 설명이다.

부처가 모셔지고 실내에 마루도 까는 등 동굴의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지만 천장 가운데는 연등을 달지 않고 자연 그대로 놓아두어 이곳이 석굴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석굴 안쪽에서 약수가 흘러나와 실내 습도를 조절해 주면서 음용수로도 쓰이고 있다.

이 절에는 서쪽을 바라보는 10m 높이의 미륵부처가 대웅전 왼쪽에 자리 잡고 있다.

멀리 일산신도시까지 내려다보이는 낙조도 일품이다.

주지 해선 스님은 여러 종류의 차를 내놓거나 한 끼 공양을 권하며 등산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해선 스님은 “부처님을 모시는 데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원효 대사의 전설과 함께 좀처럼 볼 수 없는 석굴 형태의 대웅전이라 한층 경건한 마음으로 예불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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