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밥 할머니’를 아십니까…임진왜란때 왜군 격퇴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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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할머니의 첫 제사를 지내기 하루 전인 10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동산동 할머니 석상 앞에서 차동규 밥 할머니 보존위원회 위원장 등 간부들이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석상의 머리는 일제에 의해 잘려나갔다. 이동영  기자
밥 할머니의 첫 제사를 지내기 하루 전인 10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동산동 할머니 석상 앞에서 차동규 밥 할머니 보존위원회 위원장 등 간부들이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석상의 머리는 일제에 의해 잘려나갔다. 이동영 기자
노인들이 나라 및 이웃사랑 정신을 높이기 위해 ‘밥 할머니’를 기리는 운동을 시작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동산동 밥 할머니 보존위원회 차동규(車東奎·78) 위원장을 비롯한 노인 15명은 11일 오전 11시 북한산이 보이는 밥 할머니 동상 앞에서 주민 100여 명과 함께 할머니를 기리는 첫 제사를 지냈다.

밥 할머니는 임진왜란 때 조명(朝明) 연합군이 왜군에 패해 북한산에 포위되었을 때 횟물을 풀어 왜군이 있는 하류로 흘려보내는 꾀를 냈다. 왜군은 연합군의 수가 워낙 많아 엄청난 양의 쌀뜨물이 내려오는 것으로 알고 겁을 먹었다. 연합군은 당황한 왜군을 쉽게 격파하고 포위망을 뚫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양반가 며느리였다는 밥 할머니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전후해 가족이 먹을 양곡까지 모두 굶주린 백성들에게 풀어 구휼에 앞장섰다고 한다. 자신을 버리고 이웃을 구제한 할머니, 그래서 이 같은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뒤늦게 할머니의 공을 안 임금은 동상을 세우도록 명해 지금 자리에 141cm 높이의 석상이 자리 잡게 됐다.

문헌에서는 할머니의 공덕을 찾을 수 없으나 이 마을 노인들은 어릴 적부터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동상을 보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 왔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할머니 동상에 얽힌 이야기를 들은 일제가 동상의 목을 잘랐다고 한다. 후손들은 할머니의 나라 사랑 정신과 일제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이 동상을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할머니 석상은 주변 도로 개설 등으로 인해 두 차례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수난을 겪기도 했으나 마을 촌로들이 보존회를 결성하고 고양시에 건의해 지난해 말 원래 위치를 되찾게 됐다.

이 마을 노인들은 올해 주민과 지역 원로들을 초청해 할머니의 공덕을 기리며 첫 제사를 지내기로 했으며 매년 이날 제사를 모시기로 했다.

차 위원장은 “어려울 때 이웃을 돕고 나라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평범한 이치를 일깨워 주는 할머니의 정신을 후손들에게 알리려고 보존회를 만들어 제사를 지내게 됐다”며 “늙은 몸이지만 밥 할머니를 통해 소중한 가치를 후대에 전해 주는 여러 가지 행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주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문화유적 답사 프로그램에 밥 할머니 석상을 포함시켜 보존회 노인들과 함께 할머니의 공덕을 기리는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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