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송유근 군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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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가을 어느 일요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원숭이 우리 앞. 네다섯 살쯤 됐을까. 한 남자 아이가 원숭이 무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같은 또래의 다른 아이들은 보는 둥 마는 둥 부모 손에 이끌려 걸음을 옮기기 바빴지만 이 아이는 달랐다. 원숭이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미소 짓고, 그도 원숭이 가족이 된 듯했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아이는 네 시간 반이 지나서야 한쪽 구석 벤치에 앉아 있던 부모를 찾았다.

▷수시 전형을 통해 그제 인하대에 합격한 여덟 살 ‘과학 영재’ 송유근 군 이야기다. 그때 송 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버지도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듣고 나면 아이의 생각에 ‘○×표’를 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20, 30년 후의 새로운 세계를 그려야 할 아이에게 부모의 섣부른 판단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송 군이 뭘 물으면 지금도 부모의 대답은 한결같다. “모른다”는 것이다. “산이 뭐냐”고 물었을 때는 말없이 그냥 산으로 데리고 갔다.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도록….

▷송 군의 집중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송 군의 부모는 할머니의 ‘오냐, 오냐’ 교육에서 답을 찾았다. 타고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였던 송 군의 부모는 친가 부모와 장모를 모시고 살았다. 여섯 살 때까지 송 군을 맡아 기른 건 두 할머니였다. 조기교육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할머니 교육은 딴 게 아니었다. 아이가 하는 일을 말리지 않고 그저 지켜본 것뿐이다. 개미가 굴을 파는 걸 한 시간씩 쳐다보고 있어도 그대로 두었다.

▷초중고교 12년 과정을 9개월 만에 끝낸 과학 영재는 이렇게 태어났다. 핵심은 답을 찾는 재주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이다. 2×2는 무조건 4가 아니었다. 송 군은 ‘왜 그럴까’부터 생각했다. 부모는 생각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연산(演算)개념을 체득하자 쉽게 미적분까지 나갔다. 송 군의 ‘성공’은 학교교육 시스템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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