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총장 “목에 힘들어가… 지극히 부패했다”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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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는 검찰을 지나치게 목에 힘이 들어간 집단, 부패해도 지극히 부패한 집단으로 바라본다. 검찰의 새 문화가 절실하다.”

김종빈(金鍾彬·사진) 검찰총장이 1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려고 부산고검과 부산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강한 어조로 검찰의 반성을 촉구했다.

김 총장은 이날 비공개 훈시에서 “외부에서 공판중심주의란 이름으로 검찰권을 약화시키려 하고, 경찰에 수사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검찰에 대한 이런 오해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 “검찰 밖의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면 검사들은 골프장이나 비싼 밥집 술집에 가서는 안 된다, 심지어 가혹하리만치 금욕적인 생활을 하라는 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검찰의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가 무척 어려우므로 앞으로는 무엇을 고치라는 말 대신 감찰 기능의 강화를 통해 온정주의가 절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김 총장은 덧붙였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사건 재수사에 대해서는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 일가를 소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 회장 일가의 소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수사에 꼭 필요한 인물로 등장하면 소환할 계획”이라며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2명 외에 이 회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 31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원칙대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4일 1심 재판부가 에버랜드 CB를 이 회장 자녀에게 싼값에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에버랜드 허태학(許泰鶴) 전 사장과 박노빈(朴魯斌·당시 상무) 사장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자 재수사에 들어갔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 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항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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