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1999년 中서 잠적’ 사실 아니다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16일 구속 수감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피곤한 표정으로 호송차량 앞좌석에 손을 얹고 기대어 앉아 있다. 신원건 기자
16일 구속 수감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피곤한 표정으로 호송차량 앞좌석에 손을 얹고 기대어 앉아 있다. 신원건 기자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의 해외 도피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당초 알려진 것처럼 중국에서 잠적한 게 아니라 국내로 들어와 하루를 지낸 뒤 출국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999년 10월 20일 중국 옌타이(煙臺) 대우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당일 귀국했으며 하룻밤을 국내에서 머문 뒤 다음날인 21일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김 전 회장의 측근 인사는 “외국에 잠시 나가 있으라는 정권 고위층의 권유를 받고 출국했다”며 “준공식에서 돌아와 국내에 있던 그날 밤 해외도피 압력이 집중적으로 가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직전인 2003년 1월 미 경제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직접 전화로 워크아웃 이전에 잠깐 동안 해외에 나가 있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김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대우 멸망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 주고 나중에 돌아오면 대우자동차 경영권까지 주겠다고 약속했다”고도 했었다.

김 전 회장은 16일 서울구치소로 향하면서 출국 배경에 대해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14일 귀국해 검찰로 압송됐을 때엔 “1999년 당시 채권단과 임직원이 해외도피를 권유했었다”고 말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정확한 해외 도피 배경에 대해서는 계속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회장을 구속수감했다.

김재협(金在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 전 회장이 국민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크고, 재판을 받았던 다른 공범들과 비교해 김 전 회장의 지위나 역할을 볼 때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 판사는 “자진귀국했지만 혐의가 무거워 도주 우려가 충분하고, 추가 범죄 의문점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최근 3년간 프랑스 차량 제작업체 로르그룹의 고문으로 일하면서 연간 20만 유로씩 모두 60만 유로(약 7억2000만 원)를 받았고, 이 가운데 40만 유로를 해외체류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