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反… 의학전문대학원 덜컹덜컹

  • 입력 2005년 5월 20일 0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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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에 이어 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에 반대하고 나섰다. 여기에 그동안 유보적이던 다른 주요 대학의 의대들도 부정적으로 돌아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는 의학전문대학원 전환과 두뇌한국(BK)21 사업의 연계가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혀 전환에 찬성하는 대학본부 측과 의대의 갈등마저 불거질 조짐이다.》

▽“전환 안 하면 BK21 제외”=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우리의 의학 연구는 세계 수준에 떨어지기 때문에 의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한 것”이라며 “BK21은 학제 간의 심도 있는 연구와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사업인 만큼 이에 적합하지 않은 의대 구조를 가진 학교는 2단계 BK21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BK21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사업에서 배제하겠다는 ‘압박’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의대들은 의사 양성기간을 6년에서 8년으로 늘리는 것은 인력낭비라는 등의 이유로 반대한다”며 “그러나 지금도 우수 학생을 손쉽게 선점하는 까닭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연세대 의대 교수 반대=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의대 교수 408명을 대상으로 투표한 결과 65%가 전문대학원에 반대해 전환하지 않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연세대 의대는 지난달 전체 교수 설문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다수로 나오자 김경환(金景煥) 의대 학장이 직권으로 투표에 부친 것이다.

김 학장은 “교육부에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여부를 통보하는 시한이 연기되면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대 교수협의회 박윤기(朴允基·피부과 교수) 회장은 “의대의 공식 방침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모르겠으나 교수협의회는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주요 대학도 가세=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 이인성(李寅聖·흉부외과 교수) 회장은 “대부분의 교수가 반대하는 분위기지만 BK21 사업 연구비 지원과 연계돼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의대는 정풍만(鄭豊滿) 학장까지 나서 “의사 양성기간을 6년에서 8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국가적 인력 낭비”라며 반대하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는 주요 대학이 반대 분위기로 돌아서자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천명훈(千命薰) 가톨릭대 의대 학장은 “학교 의사를 표명했다가 교육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전망=교육부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과 BK21 사업을 연계할 방침을 밝힌 만큼 대학들은 ‘계속 반대’냐 ‘연구비’냐를 선택해야 할 처지다.

연세대의 한 관계자는 “대학본부는 도입이 옳다고 보지만 의대 교수들의 반대가 강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학이 교육부의 연구비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2단계 BK21 사업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18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가톨릭대 의대 학장 모임에서 학장들이 교육부에 정책 보완을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의대들은 겉으론 반대하면서도 도입될 경우 병역 의무 복무기간 단축, 장학금 확대, 사립대 의대 지원 등 ‘실리’를 따내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교육부 서남수(徐南洙) 차관보는 “대학들이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지만 결국 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경희대 가천의대 건국대 등 10개 의대와 서울대 경북대 등 6개 치의대가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상태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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