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도시재생’ 영국에서 배운다<中>‘선택과 집중式’

  • 입력 2005년 3월 24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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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도시구조를 해치지 않으면서 도시 기능을 활성화하려면 전면 재개발을 피하고 소규모의 점진 개발방식을 써야한다. 영국 건축가들과 도시계획자들은 주민회관이나 예술센터 등 지역공동체가 사용할 공공시설을 멋있게 지어 그 주변까지 매력적인 지역으로 만드는 재개발 방식을 쓰고 있다. 과연 건물 몇 개가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자발적인 재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까. 영국 지방도시 가운데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꼽히는 뉴캐슬의 게이츠헤드 부두와 맨체스터의 샐퍼드 부두 지역을 찾아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지방소도시에 세계 10위권 공연시설=뉴캐슬 시내 타인강변의 폐쇄된 선착장인 게이츠헤드 부두. 첫 눈에 띄는 것은 소라껍데기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건축물, 세이지 게이츠헤드 음악당이다. 애벌레의 등 또는 소라껍데기 같은 외양에 반사 재질의 겉면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밑바닥 면적만 8584m²로 축구경기장 2개 크기다. 1700석, 400석 규모의 공연장 두 개와 음악연습실 25개, 리허설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클래식 공연이 주로 열리는 콘서트홀의 음향 수준은 세계 10위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1400억 원이 든 이 건물을 세울 때 처음에는 인구 19만 명의 도시에 과연 그 정도 건물이 필요한 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문을 연 지 4개월 만에 음악당은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세이지 게이츠헤드 뒤로는 1950년대 지은 제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개조한 발틱센터가 있다. 이곳도 제분소의 양쪽 벽을 헐지 않은 채 지었다. 세이지 게이츠헤드와 발틱센터 사이에 있는 인도교 밀레니엄 브리지는 두 개의 아치가 열리고 접히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각종 건축상을 수상했고 우표로 발행되기도 했다.

현재 타인강변을 찾는 관광객은 1년에 100만 명 정도. 게이츠헤드 지방의회의 도시계획 책임자인 데이비드 리더 씨는 “이들 건물을 건설한 뒤로 지역 인구의 감소세가 약화됐으며 올해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공간이 사람을 부른다=맨체스터 샐퍼드 부두는 두 곳 중 어느 한 곳이 다른 곳을 베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게이츠헤드 부두와 비슷했다. 둘 다 폐쇄된 선착장 주변에 문화예술시설이 들어섰다는 점도 같다.

맨체스터 운하 주변의 복합문화공간인 로리예술센터와 맨체스터 대영전쟁박물관은 타인강 주변의 세이지 게이츠헤드와 발틱센터에 해당한다.

공업도시 맨체스터의 물류거점이었던 샐퍼드 부두는 2000년 이 지역 출신 화가의 이름을 딴 로리예술센터가 문을 연 이후 젊은이들의 레저 공간으로 부상했다.

기괴하기까지 한 맨체스터 대영전쟁박물관의 외관은 전쟁의 파괴성을 상징하기 위해 지구본을 깬 뒤 생긴 파편에서 모티브를 딴 것. 독특한 건물 모양만큼 참신한 전시물들 덕택에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맨체스터 운하 주변을 찾는 관광객 수도 연간 100만 명이 넘는다.

로리예술센터와 맨체스터 대영전쟁박물관이 들어서고 지방정부가 운하 수질개선 작업을 한 뒤 이 지역은 고급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는 등 개발붐이 일고 있다.

뉴캐슬·맨체스터=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인하대 후문 소극장들▼

요즘 인천에서는 남는 공간을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인천 남구 용현 4동(인하대 후문 쪽)이 한 예다. 이 동네는 좁은 골목길에 빌라, 원룸, 단독주택 등이 몰려 있는 동네 풍경이 10여 년 동안 바뀌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크고 작은 문화공간이 들어서면서 동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문화공간이 지난해 12월 문을 연 시민교육연극센터. 용현 4동 천주교회 지하 74평 공간에 150석 규모의 관람석을 갖춘 최신 시설의 소극장을 만든 것. 이 곳에서는 연극공연은 물론 ‘어린이 동화 구연’과 ‘어린이 교육연극 교실’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열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학산 소극장’도 인기다. 지난해 10월 용현 4동사무소 4층에 문을 연 학산 소극장은 114석 규모의 연극전용 극장으로 최근까지 1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주부 김현자(57·인천 남구 주안3동)씨는 “손색 없는 연극전용극장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마음 뿌듯하다”며 “구 도심권을 리모델링할 때 상징적인 건축물과 문화 공간을 만들어 주민들의 자부심과 문화욕구를 채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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