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非교육적 학교’ 어디까지 끌고 갈 건가

  • 입력 2005년 2월 2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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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내신성적 조작사실이 서울 경기 경남지역에서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내신 조작이 계속 드러나는 것도 놀랍지만 교육청과 교육인적자원부 등 감독관청이 알고도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더 충격적이다. 이러니 내신 부정행위가 사라지겠는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없는지, 공교육과 전체 교사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성적 조작은 일종의 범죄행위다. 가장 교육적 공간이어야 할 학교에서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교사가 학생들에게 범죄를 가르치는 것과 다름없다. 학생들이 집단 시험 부정행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도 학교에서 ‘범죄 불감증’을 부채질하기 때문이 아니고 무엇인가.

공교육기관에서 이런 일이 일상화되는 것을 인지하고도 철저히 관리감독하지 않은 채 방기(放棄)한 정부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학교와 교사에 대해 어떤 평가나 정보공개도 하지 않고 학생을 ‘일괄 공급’하는 고교평준화제도를 고집함으로써 공교육의 질적 도덕적 타락을 부추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 지경에 이른 총체적 교육위기를 의도가 석연찮은 사립학교법 개정 등의 법적 장치로 풀려 한다면 문제의 핵심을 놓칠 우려가 크다. 사학법 개정안은 학부모회 법제화를 명시하고 있으나 학부모회가 오히려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비리 연결고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에게 교육자로서의 엄정한 자세와 자질이 없고 교육당국이 감독관청으로서의 역할을 내팽개친다면 어떤 장치도 쓸모없다.

결국은 정공법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교육수요자에게 학교선택권을 주고 교육당국은 교사평가제와 학교정보 공개 등을 실시해 교육기관 스스로 거듭나지 않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교육적이기를 포기한 학교에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 이 상태로 내신위주의 대학입시를 치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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