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어민들 “차라리 고래 포획 허용해달라”

  • 입력 2005년 2월 22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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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어 좋긴 한데….’

동해에서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에 고래가 걸려 죽는(혼획·混獲)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1일 경북 영덕군 남정면 앞바다에서 어민 유모 씨(63)가 자신이 쳐놓은 그물에 길이 5m가량의 밍크고래 한 마리가 걸렸다며 포항해양경찰서에 신고했다.

이 밍크고래는 영덕의 강구수협에서 3270만 원에 팔렸다.

이에 앞서 15일에는 영덕군 축산항 앞바다에서 길이 8m의 대형 혹등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돼 2000여 만 원에 팔렸다.

올 들어 경북 동해안에서 혼획된 고래는 밍크고래 6마리를 포함해 모두 16마리. 최근 3년 동안 경북 동해안에서만 고래 360여 마리가 혼획됐다.

마리당 가격은 2000여 만원에서 1억원을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이 때문에 어민들 사이에는 “고기잡이에 실패해도 고래 한 마리만 걸리면 횡재한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등 고래가 ‘바다의 로또’로 불리고 있다.

1986년부터 국제적으로 고래 포획이 전면 금지되면서 현재 고래를 잡으면 수산업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지만 실제로 처벌을 받은 어민은 거의 없다.

이는 어민들이 “우연히 그물에 걸렸을 뿐 고의적으로 고래를 잡은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

어민들은 포획이 20년 가까이 금지되면서 고래가 늘어 어군(魚群) 형성을 방해하고 어구를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어기에는 고래 포획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룡포 채낚기협회 최상용(崔相龍·57) 회장은 “오징어 떼를 모으는 중에 고래들이 몰려와 조업을 방해하기 일쑤”라며 “고래는 보호해야 할 자원이지만 어민피해는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5월 울산에서 열리는 국제포경위원회 총회를 앞두고 울산지역 어민들도 최근 ‘포경재개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고래 때문에 오히려 바다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며 부분적이라도 고래잡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장근(金場根·49) 고래연구센터장은 “소리를 통해 서로 대화하고 주변의 지형지물을 파악하는 고래가 어선의 엔진소리와 연안의 각종 공사 등으로 방향 감각에 혼란을 겪어 그물에 걸리기도 한다”며 “동해의 고래가 실제 많이 늘었는지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헌에 따르면 동해는 예로부터 고래가 많아 경해(鯨海)라고 불렸으며, 고래와 관련된 지명도 영덕 고래불을 비롯해 40여 곳이나 된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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