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눠요]노인요양시설 여는 원로 언론인 부부

  • 입력 2005년 2월 10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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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시 고삼면 고삼저수지 인근에 노인요양시설인 ‘참사랑 노인의 집’을 연 원로 언론인 박중길 강순자 씨 부부. 안성=이재명 기자
경기 안성시 고삼면 고삼저수지 인근에 노인요양시설인 ‘참사랑 노인의 집’을 연 원로 언론인 박중길 강순자 씨 부부. 안성=이재명 기자
경기 안성시 고삼면 고삼저수지 부근의 야트막한 언덕 위. 지난해 11월 15일 이곳의 3층짜리 가정집에 ‘참사랑’이란 간판이 내걸렸다.

2003년 초 이 집으로 이사 온 강순자(姜順子·65) 씨가 집을 개조해 물리치료실 등을 갖춘 노인요양시설로 꾸민 것. 다음 주부터 10여 명의 노인이 이 집에서 요양을 시작한다.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에 노인요양시설을 연다고 하니까 가족의 반대가 이만저만 아니었죠.”

원장을 맡은 강 씨의 남편은 원로 언론인인 박중길(朴重吉·71) 씨로 그 역시 처음엔 반대했다. 자신이 파킨슨병을 앓아 아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 데다 지난해 초 중풍으로 쓰러진 자신의 형(73)까지 아내가 간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의 의지가 워낙 강해 박 씨는 자신이 요양시설의 고문을 맡아 돕기로 했다.

박 씨는 1959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1964∼79년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에서 파리특파원과 정경부장 등을 지냈다. 동아방송 재직 시절엔 청취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라디오 뉴스프로그램인 ‘뉴스 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1997년에는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방송인 ‘투니버스’ 사장을 지내는 등 38년간 언론계에 몸담았다.

강 씨는 “15세 때 부모님을 잃고 결혼한 지 2∼3년 만에 시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셨다”며 “지금까지 어르신들께 제대로 효도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야 그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간병 일이 정성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몸을 부축하는 일부터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까지 ‘요령’이 필요하고 환자의 마음도 어루만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해 간병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서울의 한 개인병원에서 간병사로 실무 경험도 쌓았다.

참사랑 노인의 집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뜻밖의 문의가 이어졌다.

지난해 말에는 징역 15년형을 받고 경북 청송보호감호소에서 복역 중인 한 50대 중년이 “2005년 5월 출소를 앞두고 있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며 노인의 집에서 살 수 있는지를 묻는 편지를 보내왔다.

강 씨는 흔쾌히 승낙했다. 참사랑 노인의 집에서 요양을 원하는 노인에게는 보증금 500만 원에 매달 60만 원을 받는다. 그러나 강 씨는 “의지할 곳이 없는 분들에게 이곳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참사랑 노인의 집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30여 명으로 아직까지 20여 명을 더 받을 수 있다.

강 씨는 “환자들과 함께 텃밭을 일구고 저수지 주변도 산책하며 서로가 서로를 돕는 노인의 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 씨는 “몸은 불편하지만 요양하는 노인들의 말벗이 돼 드리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더 많은 노인이 편안하게 말년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나 행정기관, 민간단체에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031-671-0021

안성=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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