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수능不正]커닝의 진화?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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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에서 볼 수 있듯 첨단 이동통신 기기의 발달과 함께 커닝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조직적으로 변하고 있다.

같은 시험장 내에서 수험생들끼리 기침소리나 발 구르는 소리로 정답 번호를 주고받거나 책상 위에 깨알 같은 글씨로 예상문제를 써 놓는 방식은 이젠 ‘고전’으로 취급받는다.

2인 이상 공조해 조직적으로 커닝하는 수법도 이미 오래된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샤프펜슬을 이용한 부정행위.

성적이 좋은 학생이 문제를 다 푼 다음 ‘가르쳐 주겠다’는 표시로 발을 구르고 ‘문제가 넘어 간다’는 신호로 기침을 한다. 답은 샤프펜슬을 누르는 횟수. 기침 두 번에 샤프펜슬을 세 번 누르면 ‘2번 문제의 답이 3번’이라는 뜻.

휴대전화 등 이동통신 기기를 이용한 커닝수법은 1990년 중반부터 나타났다.

1993년 광주대 입시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도중 시험장을 빠져 나온 뒤 무선호출기(일명 삐삐)를 이용해 다른 수험생들에게 답안을 전송한 것이 첫 사례.

올해 4월에는 고려대 성균관대 등 서울 소재 명문대 편입시험과 토익 텝스시험 등에서 수백명이 무전기로 조직적인 부정시험을 치르다 적발됐다.

이들은 학교 후배들과 인터넷 카페에서 모집한 사람을 중심으로 응시생들을 모아 대량으로 무전기를 구입했다.

영어를 잘하는 ‘선수조’와 답을 알려줄 ‘대기조’를 구성한 뒤 선수들이 시험장에서 무전기를 통해 운동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대기조에 답을 알려주면 대기조는 이를 각 수험생에게 무전기를 통해 불러줬다. 휴대전화 대신 무전기를 사용한 것만 제외하면 이번 광주 수능 부정행위와 흡사하다.

응시자들은 배에 무전기를, 무전기와 연결된 이어폰은 왼쪽 팔에 부착한 뒤 손으로 머리를 괴는 행동을 취하면서 이어폰에서 들리는 답을 받아 적었다.

고해상도 축소 복사기와 투명한 OHP필름, PDA, 전자사전 등 최신 기기를 동원하는 커닝 수법도 일반화되고 있다. 투명한 테이프를 이용한 축소페이퍼를 볼펜 속에 내장한 뒤 볼펜을 돌려가며 보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아예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전화로 답안지를 찍어 친구에게 전송하거나 핵심 내용을 적은 쪽지를 카메라로 찍어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저장해 커닝하는 최첨단 커닝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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