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수강료 학원 무기한 집중단속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8시 57분


당국의 고액수강료 집중단속을 앞두고 학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됨에 따라 수험생들이 논술시험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 대 1 또는 소규모 그룹 강의가 주를 이루는 고액 논술학원들이 단속대상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1일 “강남 강동 강서 북부교육청 등 4개 교육청에서 22일부터 무기한으로 고액수강료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9월 정부가 ‘고액 학원’을 8대 민생경제사범 중 하나로 분류해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A학원의 ‘서울대 논술준비반’은 하루에 9시간씩 14회 수업에 수강료가 140만원. 단속에 대비해 이 학원은 모든 강의의 수강료를 15만원으로 내리고 수업시간을 대폭 줄였다.

과목당 150만∼200만원씩 받던 서울 양천구 목동의 ‘족집게’ 학원들은 이미 1주일 전에 문을 닫았다. 주변 학원 관계자들은 “고액 학원의 원장들이 1, 2주간 휴강을 선언하고 해외여행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강남학원운영연합회측은 17일 대치동 학원가를 돌며 ‘정부의 방침에 따르겠다’는 내용의 서명을 각 학원장들에게서 받기도 했다.

학원들은 “정부가 비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들이대면서 국민 정서상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단속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면서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마지못해 수강료를 내리고 있다.

대치동의 C논술학원 원장은 “당국이 제시하는 ‘적정가’ 15만원선은 1 대 1 논술강의 등에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인 데다 소규모 학원은 이 기준을 지키면 임대료 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은 단속을 앞두고 이중 출석부와 회계장부를 준비하기도 했다.

목동의 한 보습학원 관계자는 “주당 3회 수업을 하는 영어 한 과목에 40만원을 받고 있지만 법적 수강료는 10만원선에 불과하다”며 “학생이 출석부상 매일 오는 것으로 기록해 수업시간을 늘려 돈을 맞추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논술학원 관계자도 “두 달분 수강료 받은 것을 한달치인 양 장부를 꾸미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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