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절단 소리 200m까지 들려”…“월북 1명이상 일수도”

  • 입력 2004년 11월 5일 18시 33분


한나라당의 최전방 철책 절단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달 강원 철원군 최전방 A사단의 3중 철책이 뚫린 사건과 관련해 5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조사보고서 내용을 공개하고 ‘월북자가 두 명 이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날 “군사정전위의 보고서는 ‘철책 지역의 억새풀 숲 사이로 최근에 만들어진 것 같은 작은 길이 관측됐고, 개인 혹은 개인들(one or one more)이 탈출을 시도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 합동신문조(합신조·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가정보원 경찰 등이 참여)는 철책절단 현장의 발자국, 무릎자국 등의 개수를 근거로 “월북자는 1명이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측은 “작은 길이 만들어질 정도면 한 명이 아니라 복수의 사람이 지나갔다는 의미이며, 군사정전위도 이런 추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김관진(金寬鎭·육군 중장) 작전본부장은 “군사정전위의 조사는 합신조와 별도로 이뤄져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며 “그러나 군은 합신조의 조사결과를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정전위측은 자신들의 보고서가 논란을 빚자 “조사팀 5명이 현장에서 조사를 벌였으나 몇 명이 넘어간 것인지 추정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개인 혹은 개인들’이라는 말은 명확히 알 수 없을 때 통상적으로 쓰는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나라당 진상조사위의 박진(朴振) 의원은 “사건 현장의 철책은 절단기로 자를 때마다 ‘팅’하는 쇠울림 소리가 최대 200m까지 퍼진다”며 “군은 철책이 낡아서 소리가 안 난다고 하지만 70여회의 절단 소리를 경계병이 듣지 못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전방에 큰 구멍이 난 것은 국방책임자로서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군의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믿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현장을 국민과 언론에 공개해 의혹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윤 장관은 한나라당의 국정조사 추진에 대해서도 “한 참모가 ‘그런 사안이 국정조사의 대상이 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며 간접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 국방과학연구소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수학적 통계를 이용해 철책 경계방법을 개선하고, 첨단 경계경비 장비를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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