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정연주사장 감사원 지적 무시

  • 입력 2004년 9월 4일 0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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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정연주(鄭淵珠·사진) 사장이 지난해 12월 직원 자녀에 대한 학자금의 75%를 무상 지원키로 한 노사 협약을 이사회에 설득하면서 ‘공기업의 학자금 지원은 융자로 전환하라’는 정부 시책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당시 일부 이사는 “KBS가 편법으로 국가 정책을 무력화하면 안 된다”며 반발했지만 이는 묵살됐다.

이 같은 사실은 KBS가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최구식(崔球植·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제459차 임시이사회 속기록(지난해 12월 10일 개최)에서 드러났다.

속기록에 따르면 정연주 사장은 “감사원이 두 차례에 걸쳐서 KBS의 학자금 무상 지원에 대해 지적했다”면서도 “대학 학자금 융자금 상환 시에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75%를 지원해 주도록 (노사가) 합의했다”며 이사들의 이해를 촉구했다.

이에 박범신 이사는 “감사원의 정책, 정부 정책을 KBS가 편법을 동원해서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 사장은 감사원의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박했다.

결국 논란 끝에 이사회는 사측의 요구를 수용했고, 같은 달 23일 이사회를 열어 학자금 75% 지원을 위해 사내근로복지기금에 67억원을 편법 출연키로 결정했다(본보 9월 3일자 A2면 참조). 다음은 문제의 속기록 중 일부.

▽박범신 이사=카드 돌려 막기 같은 것인데 KBS가 왜 이런 원칙을 안 지키느냐는 문제입니다. 이렇게 전혀 명분도 맞지 않고 정부정책을 무력화하고….

▽정연주 사장=감사원에서 지적을 했습니다만 만약 공무원 노조가 생겨서 공무원들한테도 학자금이 지급될 때, 감사원에서도 이 문제를 계속 권고하거나 주의할지 매우 회의적입니다.

▽박=KBS가 과연 공영방송으로서 정말 눈물겹게 살고 있느냐 하는 것에 저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정 사장님이 오셔서 KBS의 문제들을 더 강력하게 개혁하는 집행부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개혁을 후퇴시키는 상징적인 항목이라고….

▽김우철 이사=(정 사장 발언은) 공영방송 경영자로서는 적절한 말씀이 아닙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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