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호남고속철, 신호체계 미비로 '저속철' 전락

  • 입력 2004년 8월 16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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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철 전북 익산∼광주 송정리 구간(97.8km)의 고속열차(KTX)가 평균 시속 20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데도 신호체계 미비로 160km 이하로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전문위원실이 민주당 이낙연(李洛淵·전남 함평 영광) 의원에게 제출한 ‘2003 예산결산자료’에서 밝혀졌다.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9000억원을 들여 고속철도 호남선 전철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열차 속력이 시속 200km 이상이면 기관사가 육안으로 선로 주변의 신호를 확인할 수 없어 반드시 첨단신호체계인 차상신호(ATP)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도 이를 설치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호남선은 지상 선로변의 신호기로 제어하는 지상신호(ATS)방식을 그대로 사용해 고속열차가 현재 160km 이하로 저속 운행되고 있다는 것.

더욱이 ATP시스템 도입 사업은 고속열차의 안전 확보에 필수적인데도 시행이 늦어지는 바람에 정부가 ATP사업 완료 시점으로 계획한 2006년까지 호남선 고속철도는 저속운행이 불가피하다고 전문위원실은 지적했다.

이처럼 호남고속철이 ‘저속철’로 전락하면서 탑승률이 4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청이 4월 고속철도 개통 이후 6월까지 3개월 동안 좌석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경부선의 경우 69%에 이르지만 호남선은 35.2%에 불과했다.

고속철도 건널목 입체화 사업도 지지부진해 경부선 대구∼부산 구간의 경우 총 34곳 가운데 32곳이 공사를 마친 반면 호남선 익산∼송정리 구간은 58곳이 남아있는데도 올해 사업 계획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낙연 의원은 “뒤늦게 지상신호방식에서 차상신호 방식으로 바꾸느라 추가로 21억원이 들고 운행중인 고속철도 프랑스에서 단종된 80년대 중반의 구형 모델로 드러나 감사원에 고속철도 도입부터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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