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가 방 남아돈다… 오피스텔 등 세입자 못구해

  • 입력 2004년 8월 10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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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오피스텔, 원룸, 고시원 등에는 최근 ‘역(逆) 임대난’이 진행 중이다. 방학까지 겹쳐 ‘빈방’은 점점 늘고 있지만 공급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학생들은 혼자 쓰던 방을 친구 1, 2명과 함께 쓰고 학교 근처에 별도의 ‘공부방’을 얻어 생활했던 서울 학생들은 집으로 들어가는 추세다.

▽‘남아도는 방’들=서울 신촌 연세대 인근 오피스텔에 사는 대학생 이모씨(26)는 6개월 전 방을 내놨지만 아직도 이사를 못 가고 있다. 건물주가 보증금 2500만원을 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 전체 18실 중 2실은 아예 몇 개월째 비어 있다. 주인은 “새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홍익대 인근 공신부동산 김태성 소장은 “현재 이 주변 공실률이 최대 30%에 이르면서 월세도 올해 초보다 5만∼10만원가량 떨어졌다”며 “지난해에만 이 근방에 오피스텔과 원룸이 100곳 정도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앞 ‘녹두거리’ 일대도 공급 과잉으로 인해 오피스텔, 원룸의 월세가 하락했다. 화장실과 냉장고 에어컨 등 기본설비가 돼 있는 8평형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올해 초 40만원 하던 것이 35만원선이다.

이곳은 학원 식당 PC방 등 ‘고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대학가 중 가장 높은 시세를 자랑하던 곳. 그러나 최근 원룸보다 크기가 작고 싼 고시원까지 공급이 넘쳐나며 가격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대학생 조민혜씨(24)는 “조금만 언덕으로 올라가 살 요량을 하면 월세 25만∼30만원짜리도 많다”고 말했다.

▽공급과잉 지속될 듯=2001년 1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전국에서 오피스텔 14만5868실이 공급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4만1534실이 더 공급될 것으로 건설업계는 전망한다. 이 중 서울 강북권은 총 공급량의 30% 이상이 대학가 주변 임대 수요를 의식해 지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원룸이나 고시원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임대 수익률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은 2003년 1월 8.16%에서 올해 7월 말 6.96%로 이 기간 중 줄곧 내림세를 보였다.

부동산114 김규정 콘텐츠팀장은 “대학가는 원래 기본 수요층이 탄탄해 상대적으로 공실률이나 임대수익 하락률이 작았지만 최근 공급 과잉이 지속돼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대학가 인근 아파트의 전세금이 싸지면서 ‘경쟁 대상’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인턴기자 이정엽씨(서울대 독어독문학과 4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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