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후보지 지정 한달]“수용지 쪽박-인근은 대박”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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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희비, 혼란….’ 수도 이전 지역의 최종 발표(11일)를 앞두고 충남 연기군-공주시(장기면) 일대는 수용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9일 수용 가능성이 높은 연기군 남면 양화2리에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원대연기자
‘갈등, 희비, 혼란….’ 수도 이전 지역의 최종 발표(11일)를 앞두고 충남 연기군-공주시(장기면) 일대는 수용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9일 수용 가능성이 높은 연기군 남면 양화2리에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원대연기자
“주민의 70%가 남의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요. 이들은 수도 이전 탓에 빈손으로 쫓겨나야 합니다. 그나마 땅을 가진 주민도 턱없이 낮은 보상비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충남 연기군 남면 양화2리 임영수 이장)

“수용될 곳에서 가까운 땅은 5년만 묻어두면 ‘대박’이 날 겁니다.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어요.”(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A부동산 관계자)

지난달 5일 수도 이전 후보지 평가결과가 발표된 지 한 달. 11일 최종 발표를 앞둔 충남 연기군-공주시(장기면) 일대는 기대 혼란 걱정이 한데 어울려 술렁이고 있다.

수용을 피한 곳에서는 부동산 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수용될 곳에서는 고향을 떠나야할 주민들이 한숨만 내쉬고 있다. 수용지역은 ‘쪽박’, 주변지역은 ‘대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 예정지 인근, 급등세=충북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에서 만난 중개업자 K씨는 “경부고속철도 오송역 주변에서 쓸 만한 땅의 70%는 서울 사람들이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농지의 평당 시세는 30만원을 호가한다. 지난해에 비해 2∼5배 오른 값이다.

조치원읍은 수도 이전의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조치원역 인근 욱일2차 30평형의 시세는 후보지 평가결과 발표 직전인 7월초 1억원선에서 한 달 새 1억3000만원으로 올랐다. 호가는 1억5000만원 선으로 연초에 비해 66% 상승했다.

전셋집도 귀하다. 현지 중개업자는 “농지 취득 자격을 갖추려고 일부 투기세력이 조치원읍 등의 아파트에 전세로 이주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귀띔했다.

땅 값도 강세다. 조치원읍 침산리의 도로변 대지는 평당 250만∼35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중에는 6개월 새 두 배로 오른 곳도 있다.

공주시 신관동, 금흥동 등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공주시 ‘대산공인중개사무소’ 이세영 사장은 “수용되지 않을 곳은 땅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용지역 원주민, 전전긍긍=조치원역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0분 정도 가면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연기군 남면 갈운3리 원주민인 이승숙씨는 “공시지가의 두 배로 보상비를 받아도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기 어렵다”며 “헐값에 삶의 터전을 내어주고 떠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갖고 있는 농지의 시세는 한때 평당 20만원을 웃돌았지만 공시지가는 평당 2만9000원. 보상비가 공시지가보다 높게 책정되겠지만 시세보다는 매우 낮을 전망이다.

현지에서는 보상비가 공시지가의 1.5∼2배선에서 결정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이씨는 “인근 지역(수용되지 않을) 농지 값이 폭등해 아주 먼 타지로 떠나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보유 농지가 없는 소작농은 더욱 막막하다. 갈운3리의 55가구 중 소작농은 절반을 웃돈다. 남면 양화2리 임영수 이장은 “양화2리의 경우 80% 정도가 외지인의 땅이며 75가구 가운데 70%는 남의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금이 부족하다던데 투기를 조장해 세수를 채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화리 주민들은 14일 마을이 없어져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위로 잔치를 열 예정이다.

▽투기 범위 확산=충청권 투기 지역의 범위가 연기군-공주시 일대에서 청양, 예산, 홍성 등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7월 이후 ‘하루에 하나씩 중개업소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청양군 목면, 정산면 등의 도로변 관리지역은 7월 초 평당 15만원 선에서 8월 들어 평당 25만원으로 올랐다. 홍성의 2차로 도로변 땅은 수도 이전 후보지 발표 직전 평당 30만원대였으나 최근 평당 60만원 선으로 급등했다.

아산시 음봉면 관리지역은 ‘기업도시’ 건설 기대감까지 겹쳐 산 위의 맹지(도로에서 떨어져 접근이 어려운 땅)조차 올 초에 비해 3배 오른 평당 50만∼60만원을 호가한다.

현지 중개업계는 11일 수도 입지가 최종 확정돼 발표되면 땅 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주·연기·청원=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아산·청양=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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