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신문정책 공정성 유지될까

  • 입력 2004년 8월 2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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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다시 시비에 휩싸였다. 신문 고시(告示) 분야를 담당하는 박 모 사무관이 열린우리당 문학진(文學振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이 최근 열린우리당 의원 보좌관에게 제공한 '신문시장 정상화' 관련 문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사무관이 작성한 문건이라고 하지만 공정위의 고유업무와는 상관없는 민감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문건이 담당 과장이나 국장에게도 보고되지 않은 채 외부로 유출됐다는 점에서 정부 부처의 기강 해이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참고자료'라는 표지를 포함해 총 55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문건은 신문시장 정상화 대책 뿐 아니라 각 신문의 논조 분석과 '신문시장 정상화' 이후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3대 메이저 신문의 수익성 분석 등 미묘한 내용까지 담겨 있다.

공정위가 신문시장 관련 정책을 집행하면서 이같은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신문고시(告示)를 통해 신문 유통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공정위가 신문의 논조와 수익성에까지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문건을 만든 공정위 박 모 사무관은 논조 분석에 대해 "시장시장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 사무관으로서 신문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 정리해왔다"며 "(열린우리당 언론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문학진 의원 보좌관이 자료를 요청해 넘겨준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풀린 공정위=공정위와 박 사무관, 문 의원측 보좌관 등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해당 문건은 공정위의 공식적인 견해가 담긴 문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측 보좌관은 2일 본보 기자에게 "논조 분석 등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공정위 자료에 없었고 내가 첨부해 재구성한 것"이라고 말해 혼란을 일으켰지만 공정위는 담당 사무관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공정위는 이날 해명 자료를 통해 "문제가 된 문건은 신문담당 실무자가 개인적 업무참고자료로 정리한 문건으로 사전에 공식적으로 내부에서 논의되거나 보고된 적이 없다"며 "문학진 의원실에서 다양한 자료를 비공식적으로 요구해와 담당자가 사적으로 보좌관에게 e메일로 송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무관도 비슷한 해명과 함께 "과장 등 윗사람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무관이 작성한 자료가 보고체계도 밟지 않고 국회의원측에 제공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부처가 국회의원에게 제공하는 자료는 최소한 담당 과장, 필요할 경우에는 국장급 이상의 결재를 받는다.

▽공정위 신문정책 공정성 유지될까=정부 부처의 정책 기획과 입안은 사무관으로부터 시작된다. 물론 과장-국장 등 결재라인을 밟으면서 손질이 되기는 하지만 사무관이 만든 정책의 골격은 대부분 유지된다.

공정위의 신문시장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 사무관이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문건에 나타난 정치적인 고려가 개입된다면 공정한 정책 집행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의 타당성을 인정한다"며 "박 사무관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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