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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22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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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기 기증자 변길자씨(62·여)와 신장 이식수술을 받은 고정애씨(25·여)에게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 서로가 ‘너무 기뻐한다’는 의미로 ‘기쁨상’이 수여됐다.
변씨는 “당시에는 신장을 누구에게 주었는지 알 수 없었다”며 “오늘 이렇게 건강하게 자란 모습을 볼 수 있어 대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설립된 첫 해인 1991년에는 장기 기증자가 불과 25명뿐이었다. 그러나 장기 기증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홍보되면서 1997년에는 95명에 이르렀지만 점차 기증자가 급감해 지난해의 경우 42명에 불과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설립 이후 725명만이 이식수술을 받은 것이다. 이는 장기 이식수술이 필요한 2만여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
이 운동본부의 이지선 간사(26)는 “이번 행사는 매년 장기 기증자의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증자와 수혜자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장기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의 참가자들은 식사와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면서 그동안 갖고 있었던 사연을 아낌없이 털어놨다.
‘가족상’의 주인공인 허인옥씨(36)는 5년 전 신장을 이식받고 결혼한 뒤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데도 면역억제제를 끊으면서까지 아이를 낳았다. 면역억제제는 신장이식 뒤 평생을 먹어야 하는 약이지만 임신 중에는 먹을 수가 없어 아이를 낳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과 같다.
허씨는 “저희 부부에게 아이는 보통 사람들보다도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며 “올해 다섯살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장기 기증이 한 생명뿐 아니라 대를 이어 여러 생명을 살렸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운동본부의 김경아 상담과장(33)은 “신장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오랜 투병생활로 대인관계도 기피하게 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돼 폐쇄적으로 변하게 된다”며 “사회의 장기기증에 대해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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