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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7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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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물리학부 김두철 교수와 이현근 박사과정생이 교통 흐름을 실제에 가깝게 구현할 수 있는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 국제 물리학계의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11일자에 발표했다. 또 이들의 연구논문은 주요 논문으로 선정돼 ‘피지컬 리뷰 포커스’ 18일자에 실리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교통 흐름에는 세 종류가 있다. 기체 입자들처럼 차량들이 빠르고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자유 흐름’, 고체 입자들처럼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정체상태’, 그리고 액체 입자들처럼 움직이는 이 두 흐름의 중간 상태에 해당하는 ‘동기 흐름’이다.
동기 흐름은 도로에 차량이 다소 많은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속도는 느리지만 ‘물이 졸졸 흐르듯이’ 꾸준하게 달릴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동안 기존 교통 모델의 문제는 자유 흐름이나 정체상태는 잘 설명했지만 동기 흐름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던 것.
김 교수는 “돌발적인 상황에 사람이 대처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자동차도 바로 반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자동차가 바로 서는 게 아니다. 연구팀은 새로운 교통 모델에 이런 효과를 포함시켜 동기 흐름을 성공적으로 재현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했던 이현근씨는 “많은 사람이 정체를 피해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가 바로 동기 흐름”이라며 “앞차에 너무 바짝 붙거나 무리하게 끼어드는 운전 습관은 동기 흐름을 깨 체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과감하게 운전자의 인간적 요소를 새 모델에 포함시켰다. 김 교수는 “운전자는 교통 흐름이 좋을 때 상황을 낙관하거나 나쁠 때 비관하는 과민반응을 보이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 예로 자유흐름의 운전자는 빠른 속도로 앞차에 다가가는 경향이 있다.
이씨는 “운전자의 과민반응 효과를 새 모델에 집어넣어 자유 흐름에서 차들이 몰려다니는 현상을 구현할 수 있었다”며 “이 현상은 앞차와의 간격이 충분치 않아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독일 두이스부르크-에센대학 쉬레켄베르크 교수팀과 공동으로 이뤄졌다. 새로 개발된 교통 모델은 독일에서 현재 쓰이는 실시간 교통상황 예측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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