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경직 계속땐 자영업자만 살아남아”

  • 입력 2004년 5월 8일 01시 59분


“‘하체 운동(노동시장 유연화 노력)’은 하지 않고 죽어라고 ‘상체 근육운동(기업 경영의 선진화)’만 강조하다가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기괴한 괴물이 창조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許贊國)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발간한 ‘나라경제 5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허 소장은 ‘경제회생을 위한 과감한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처럼 경직된 노동시장이 계속되면 한국에는 사람을 많이 쓰지 않는 대기업 몇 개와 영세 자영업자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 기업들의 모습은 친척과 친지가 온통 달려들어 공부를 잘하라고 달달 볶아대고 있으나 성적이 오르기보다는 기가 죽고 시들시들해져 있는 ‘수험생’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또 허 소장은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수험생은 눈앞의 책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힘껏 뛰놀 수 있는 중국이라는 놀이터가 아른거리고 다시 태어나면 죽어도 학생(한국에서의 기업 활동)이 되지 않으리라 속으로 다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 소장은 “기업 활동이 특정 국가에 제한될 필요가 없다는 이른바 ‘무적(無籍) 현상’이 기업 세계화 추세의 특징”이라며 “기업 활동 여건이 악화되면 국내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무적 기업들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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