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인제 의원 ‘가스통 저항’ 될 말인가

  • 입력 2004년 5월 4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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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의원과 지지자들이 충남 논산의 당 사무실에 인화물질을 쌓아놓고 검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하고 있다고 한다. 법관 출신에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치인이 폭발력이 강한 가스통과 석유통을 쌓아놓고 어쩌자는 것인가. 일부 열성 지지자들은 이 의원을 체포할 경우 분신까지 하겠다고 하니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 의원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대선자금 수사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를 비켜 갔고, 경선자금 수사도 민주당 한화갑 의원의 저항에 부닥쳐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곧바로 이 의원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더욱이 검찰은 이례적으로 불구속 수사 방침까지 공개하며 자진 출두를 권유하고 있지 않는가.

한나라당으로부터 2억5000만원을 받았다는 이 의원이 검찰에 대해 ‘표적수사’ 또는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의원만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불법 대선자금 모금에 관여한 여야 정치인 다수가 구속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이적료를 받은 ‘철새 정치인’들도 조사가 예정돼 있다.

이 의원이 논산 당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며 당원들에게 둘러싸여 영장 집행에 불응하는 모습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떳떳하지 못하다. 일부 당원이 “특정지역 정치인 말살” 운운하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언동을 하는 것도 이 의원의 처신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의원은 더는 구차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검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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