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노회찬총장-전경련 현명관부회장 회동

  • 입력 2004년 5월 4일 18시 57분


코멘트
전국경제인연합회 현명관 상근부회장(왼쪽)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이 4일 만났다. 두 사람은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연합
전국경제인연합회 현명관 상근부회장(왼쪽)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이 4일 만났다. 두 사람은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연합
“지금은 굉장히 어려운 여건이라 파이를 키워야 한다.”(전국경제인연합회 현명관 상근부회장)

“파이를 키우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도 분배가 우선이다.”(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

민노당의 노회찬(魯會燦) 사무총장과 전경련의 현명관(玄明官) 상근부회장이 4일 서울 마포구 홀리데이인서울 호텔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예상대로 두 사람은 경제 문제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를 서로 확인했다. 이 자리에는 민노당의 김종철(金鍾哲) 대변인과 박권호(朴權浩) 총무실장, 전경련의 김석중(金奭中) 상무가 배석했다.

처음부터 성장과 분배의 우선순위에 대해 20여분간 논쟁으로 시작한 양측의 만남은 정오부터 1시간반 동안 계속됐다. 노 총장은 회동 후 “서로의 시각이 철길처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고 촌평했다.

모임을 제의한 전경련은 비공개를 원했으나 민노당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다음은 민노당이 공개한 대화 내용.

▽현 부회장=현재 기업 상황이 매우 어렵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투자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5대 기업은 투자할 분야를 찾지 못해 돈이 남아돌고 있다.

▽김 대변인=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소득재분배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여야 한다. 결국은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김 상무=소득 재분배가 안정적 구매력 상승으로 이어지겠나.

▽노 총장=소득 재분배를 위해서라도 세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현 부회장=새로운 세금을 만드는 것보다 탈루되는 세금을 제대로 잡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기업가들은 열심히 일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투자한다. 외환위기도 기업 경쟁력 약화가 원인이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너무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노 총장=사회복지를 확충하면 결국 임금부담이 줄어들고, 일자리 창출 여력이 더 생길 것이다. 법인세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과 비교해 매우 낮다.

▽현 부회장=법인세는 홍콩 대만 등 주요 경쟁국보다 높은 편이다.

▽노 총장=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계속돼야 한다. 노총과 경총이 카운터 파트로 있음에도 노조활동에 전경련이 개입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 전경련은 과거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양심고백을 해야 하지 않나.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나보면 결제시스템 등 대기업 횡포 때문에 정말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김 대변인=삼성의 무노조 정책과 같이 시대에 뒤처지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현 부회장=중소기업을 초청해 얘기를 들어볼 생각이 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