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 시민들 “알짜기업 떠난다” 우려

  • 입력 2004년 5월 2일 18시 58분


울산의 주력산업인 조선업계가 공장 확장부지를 구하지 못해 잇따라 다른 지역에 공장을 건립키로 하자 시민들은 “이러다간 알짜기업은 모두 떠나는 게 아닌지…”라며 우려하고 있다.

경북도와 현대중공업은 경북 포항 영일만 신항만공사 배후지인 흥해읍 일대 공업용지 180만평 가운데 30만평에 선박용 철판블록 공장을 짓기로 하고 이달 중으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포항시와 현대중공업 실무진들은 지난달 30일 공장 건립예정지를 둘러보는 등 실무협상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측은 이곳 공장이 정상가동될 경우 신규 고용창출효과는 6000∼8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의근(李義根) 경북지사와 정장식(鄭章植) 포항시장은 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울산을 수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측은 “울산에는 더 이상 공장을 확장할 부지가 없어 철강조달과 울산으로의 해상운송이 쉽고 공장부지를 싼 값에 확보할 수 있는 포항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 현대미포조선도 지난달 30일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업단지에서 회사 관계자와 전태홍(全泰洪) 목포시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블록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이 블록 공장은 150억원을 투입, 6만1000평의 부지에 건립돼 7월부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11만5000t(매출액 2007년 기준 1856억원)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선박용 블록은 해상으로 울산 본사로 옮겨져 최종 조립되며, 공장이 완전가동될 2007년에는 800명의 신규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앞서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1월부터 울산 본사 앞의 남구 장생포 해양공원부지 가운데 방치되고 있는 3만평을 올해부터 7년간 공장부지로 유상임대해 줄 것을 울산시와 울산지방해양수산청 등에 요구했으나 행정당국의 비협조와 주민들의 반대로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공장부지난은 조선업 호황이 시작된 2000년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울산시가 말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있는 기업조차 제대로 뒷바라지를 하지 못해 울산을 떠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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