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의 특목고, 일반고로 전환?

  • 입력 2004년 3월 5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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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의 특목고, 일반고로 전환?

특수목적고 학생이 대학의 동일계열에만 진학하도록 유도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충격을 받은 외국어고들이 자립형사립고나 일반계고 전환을 검토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외국어고 관계자들은 정부의 후속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잇달아 회의를 열어 정부 대책에 대한 반박논리를 개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도 특목고에 진학하면 내신이 더 불리해지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특목고 전문 학원들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특목고 '존폐 위기'=한 외국어고 관계자는 "재학생들도 '당장 올해 대입부터 내신 불이익이 더 심해지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해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1997~1998년 발생했던 특목고 학생 자퇴 파동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A외고 교감은 "교육부 방침이 그대로 확정되면 당장 입학 경쟁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자립형사립고나 일반계고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어고는 교육부의 의도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교육부 대책의 부당성을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한 외국어고 관계자는 "입시 전형을 교육부 지침에 따라 수정할 테니 대신 대입 불이익을 완화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비상 걸린 학원가=정부 대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특목고 전문 입시학원도 마찬가지.

서울 강남의 외국어고 전문학원에서는 한 학급 학생 35명 전원이 외국어고 입시를 포기하겠다며 학원을 그만두는 등 학생들의 동요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중계동의 한 특목고 전문학원은 최근 '서울대반' '연·고대반' 등 대학 입시 준비반으로 변신했다. 외고 입시 중 수학 과목을 전문적으로 가르쳐 온 경기 일산의 한 수학전문학원도 종합반 체제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일부 학원들은 외국어고 입시 중심의 강의를 자립형 사립고형으로 바꿔 학부모를 상대로 '상위권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춘 강의'라며 홍보에 나서고 있다.

서울 잠원동 B학원 박모 원장은 "외국어고 준비를 포기하려는 학생들에게 '궁극적으로 학력 향상이 중요하니 일단 하던 대로 공부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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